주호민 "교사 선처 탄원서 낼 것"…"고약해" 녹취록 본 전문가 의견은

하수민 기자 2023. 8. 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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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녹취록 들여다본 전문가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서 법원에 제출
주호민 작가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태평홀에서 진행된 '2018 제23회 소비자의 날 KCA 문화연예 시상식' 레드카펫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해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추가로 입장을 냈다. 주호민은 해당 교사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아이의 반 친구들과 학부모, 모든 특수교사, 발달 장애 아동 부모님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뼈아프게 후회…녹음기 비난받을 일이라 생각 못해"
주호민이 2차 추가 입장을 밝혔다. /사진=주호민 SNS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주호민의 아들과 관련된 논란은 지난달 26일 불거졌다. 주호민은 자신의 아들을 가르치는 경기도 한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해 재판을 이어오고 있었다.

최근 학부모들의 교권 침해 행위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진 상황에서 대중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주씨는 2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아이의 상태, 성교육 강사 요구, 녹음, 5명의 변호사 상담, 분리 요구 대신 고소를 택한 이유, 고소 이후 상황, 재판 상황, 전학을 선택한 이유, 현재의 제도에 대한 문제점 등에 대해 입장을 상세하게 밝혔다.

먼저 그는 "며칠 동안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께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사과했다.

해당 특수교사를 고소한 것과 관련해 "사건 발생 후 교사 면담을 하지 않고 바로 고소했느냐는 비난과 분노를 많이 봤다. 상대 부모에게는 용서받고 왜 교사는 용서하지 않았느냐는 비난도 많이 봤다"며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녹음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상태에서 그것이 비단 그날 하루 만의 일일까, 아이가 지속해서 이런 상황에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혼란에 빠졌다"며 "아이 엄마 또한 충격과 혼란 상태여서 분리를 빨리해야 한다는 결론만 있을 뿐 어떤 절차를 밟아 이를 실행을 할지에 대해 판단을 하기에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다만 그는 "저희는 학교에 가서 이 사실을 얘기하고 교사를 만나는 게 너무 부담스운 상황이었지만, 수사기관에 신고해서 해결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신고하지 않고 학교를 찾아갔다. 교장실에서 저희가 들었던 녹음 속 상황을 말씀드리면서 녹음을 들어달라 했으나 거절하셔서, 구두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교사가 교체되기를 원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아이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또래보다 인지력이 부족하고 정상적 소통이 불가한 장애 아이인지라 부모가 없는 곳에서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 요인을 경험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빠르게 교정하고 보호해 줘야 하는데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빠르게 떠오르지 않았다"며 "그간 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의 학대 사건들에서 녹음으로 학대 사실을 적발했던 보도를 보아왔던 터라 이것이 비난받을 일이라는 생각을 당시에는 미처 하지 못했다.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생각이 이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자신이 재판 절차에 대해 무지했다며 해당 교사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씨는 "아내와 상의하여 상대 선생님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며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보았다.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의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 상황에서라도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짜 밉상, 아휴 싫어죽겠어"…특수교사가 주호민 아들에 한 말
주씨는 고개를 숙이면서도 특수교사의 발언에는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이상행동이 계속되어 딱 하루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서 보냈고,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요인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그 하루 동안의 녹음에서 충격을 가누기 어려운 말들을 듣게 되었다"며 " 이 행동을 교정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엄하게 가르쳐 훈육하려는 의도의 어조가 아닌, 다분히 감정적으로 너는 못 가라며 단정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받았다. 감정적인 어조의 말들에서 교사는 아이의 이름 대신 야, 너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이것이 훈육의 차원이 아니라고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어 "아이가 불안할 때 익숙한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는 상동행동이 있는데, 그럴 때 '그딴 말 하지 마'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아이에게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었다. 녹음 속에서 아이는 침묵하거나 반사적으로 '네'를 반복하며 그 말들을 받아내고 있었다"고 전했다.

주 씨의 의견문 발표에 앞서 이날 특수교사와 주호민 아들의 대화 내용이 담긴 공소장 속 녹취록이 공개된 바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받은 A 교사 사건 관련 공소장에는 지난해 9월13일 A 교사가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주씨 아들 주 모 군(당시 9세)에게 했던 발언 내용이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A교사는 발달장애 아동인 주군에게 "진짜 밉상이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라며 "아휴 싫어, 싫어 죽겠어, 싫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말했다.

이어 A교사는 "야, 니(네)가 왜 여기 있는 줄 알아?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어? 왜 이러고 있는 건데? 왜 O반 못가? 니네(너희)반 교실 못가, 친구들 얼굴도 못 봐, 너 친구한테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못 간다고"라며 주군의 상황을 강조하듯 말했다.

또 A교사는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너를 얘기하는 거야"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앞서 A교사 측은 해당 발언에 대한 배경에 대해 "받아쓰기 문장 교육 도중 '고약하다'라는 뜻을 알려주기 위해" 관련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녹음을 들은 주씨 부부는 A교사를 고소했고 사건을 맡은 수원지검은 이 발언에 대해 "장애인인 아동에게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가했다"고 판단, A교사를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녹취 분석한 33년 특수교육 전문가…"아동학대로 보기 어려워"
녹취록 공개되자 33년 경력의 특수교육 전문가가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의견을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EBS 보도에 따르면 발달장애 선별의 필수 검사 도구를 개발한 특수교육 권위자로 꼽히는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주호민 측이 증거로 제출한 녹취에서 아동학대로 볼만한 발언은 없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쟁점이 된 발언은 A씨가 주씨의 아들 B군에게 "고약하다" "반(통합학급)에 가지 못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류 교수는 먼저 '고약하다'는 표현에 대해 "받아쓰기 교재를 따라 읽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교사가 임의로 한 말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약하다'는 표현에 대한 B군의 반응도 아동학대를 당한 보통의 자폐아와 달랐다고 류 교수는 설명했다. 정서적 모욕감을 느끼면 화를 내거나 침묵해야 하는데, B군은 즉시 '네'라고 답하는 등 학대로 인식한 정황이 없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고약하다는 표현이) 교육하는 학습장에 명확하게 있다. 이 학생의 문제를 가르치기 위해 그 상황을 회상시켜 이 아이의 이 문제를 교정하기 위한 부분의 의도는 충분히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A씨가 '너희 반에 못 간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전후 맥락을 보면 문제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A씨가 학생에게 "왜 (통합학급에) 못 가"라고 물었고, 학생이 자신이 속옷을 내린 사건을 언급했다며 "오히려 단호하고 명확한 질문 몇 마디로 의미 있는 훈육을 했다"고 류 교수는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잔소리가 없었고, 지켜보는 사람이 없는 수업 내내 존대어를 유지한 점도 학대 의도와 연결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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