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독센터마저…오심에 맥 빠진다

김은진 기자 2023. 8. 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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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오심 빈번…권위 떨어뜨려
심판 실수 바로잡기 위한 장치지만
비디오 판독 넘어가면 ‘상황 종료’
수준 이하 판정, 강력한 제재 필요
KIA 김종국 감독이 지난 7월13일 광주 삼성전에서 삼성 피렐라의 파울라인 안쪽 주루에 시야가 막힌 투수 양현종의 1루 악송구에 비디오판독까지도 ‘투수의 악송구’로 판정되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에 대형 오심이 또 나왔다. 잦은 오심에 심판과 비디오판독센터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지난 1일 포항 삼성-KIA전에서 3회말 2사 2루 삼성 류지혁의 타구에 오심이 나왔다. 포항구장 외야는 펜스 상단이 철조망으로, 그 아래는 안전펜스로 돼 있는데 류지혁의 타구는 안전펜스의 윗부분을 맞은 뒤 높이 튀었다. 그 공에 관중이 손댔다. 공이 펜스 뒤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관중이 손을 뻗어 낚아채려다 놓쳤고 공은 그라운드로 떨어졌다.

명백하게 홈런이 아닌 이 타구에 심판은 홈런 사인을 냈다. 삼성이 4-0으로 앞서던 경기는 6-0이 됐다. KIA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그 결과도 변함없이 홈런이었다.

KBO는 “중계 화면으로 비디오 판독을 해야 했고 관중이 잡는 부분만 확인하는 바람에 오독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포항구장은 삼성의 제2구장이라 KBO 자체 영상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다. 방송사 제공 화면에만 의존해야 한다면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하는데, 이날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불과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은 심판이 육안으로 놓칠 수 있는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선수단이 본 것을 심판은 못 보고 비디오 판독으로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판독센터는 앞서 5월13일 대구 삼성-LG전의 ‘밀어내기 태그’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6월16일 광주 KIA-NC전과 7월13일 광주 KIA-삼성전에서는 주자의 스리피트 위반으로 인한 수비방해 여부를 판독하면서 비슷한 상황에 완전히 상반되는 판정을 내놔 큰 논란이 됐다.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가장 큰 맹점은 비디오 판독으로 넘어간 이상 그 결과는 심판의 손을 떠난다는 것이다. 헤드셋을 낀 순간부터는 판독센터가 유일한 심판이고, 현장 심판은 그 결과를 통보받을 뿐이다. 권한이 없으니 책임까지 가벼워진다. 애초에 심판이 정확히 보고 판단하는 것이 우선인데, 비디오 판독으로 들어가면 주객이 전도되니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심판은 자유로워진다. 틀린 판정이 너무 잦고, 비디오 판독을 일종의 방패로 삼는다고 보는 현장의 시선이 많다.

비디오 판독은 최종 판정이다. 판정 시비에 대해 어느 정도 선은 있어야 하는 터라 그 결과에 반발할 수 없게 하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다. 이에 올시즌에만 6명의 감독이 총 8차례 퇴장됐다. 그러나 판독에 대한 항의를 제재하려면 반복되는 수준 이하의 오심에도 제재가 필요하다.

결국 KBO도 황당 오심을 인정하고 제재를 내놨다. KBO는 2일 포항 삼성-KIA전을 담당했던 메인 심판에게 10경기, 보조 심판과 판독센터장에게 5경기 출장 정지 조치를 했다. 부정확한 판정과 경기 운영에 미숙함을 드러낸 해당 경기 심판 팀에도 제재금 100만원을 부과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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