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서 '꿈의 물질' 개발? 과학계 난리났다…전세계서 검증 뛰어들어
한국 연구진이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구현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국내외에서 검증과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상온 초전도체 구현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재 연구진 데이터로는 상온 초전도체라고 볼 수 없으며 구현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부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2일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데이터가 실험적으로 검증이 안된 상황인데 이론적으로는 구현 가능하다는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며 "초전도체는 특정 임계온도 이하로 냉각했을 때 '0'이 돼야 하는데 연구데이터를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단장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시료를 제공하고 그것을 국내의 공신력 있는 기관이 검증하면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라면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선 임계온도를 특정할 수 없고 전기저항도 0을 구현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내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는 지난달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납, 구리, 인회석을 활용해 'LK-99'라는 새로운 결정구조를 만들고 400K(127℃) 임계조건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물이 100℃라는 임계온도에서 끓듯 'LK-99'는 127℃에서 전기저항 0을 만들었다는 의미다. 상온(25℃)보다 임계온도가 높은 경우를 모두 상온 초전도체라고 부른다.
최경달 한국초전도저온학회장(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최 회장은 학회 내부에 '상온초전도검증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는 현재까지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발표한 상온 초전도체 발견과 관련해 회의적이다.
최 회장은 "위원회가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한 데이터와 공개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제작한 시편을 제공한다면 검증위원회에서 상온 초전도체 검증을 위한 측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검증에 참여할 기관으로 서울대, 성균관대, 포스텍을 꼽았다. 시편검증 외에도 성균관대 양자물질초전도연구단, 고려대 초전도재료및응용연구실,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등에서 'LK-99' 재현을 시도 중이다.
상당수 전문가가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지만 미국과 중국 등에선 한국 상온 초전도체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시네드 그리핀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은 지난 1일 고성능 컴퓨터로 'LK-99' 구조에서 전자의 이동경로 등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상온 초전도 현상을 이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 연구진이 'LK-99'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이후 첫 검증결과다. 전기저항이 0인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려면 전자들이 특정조건 등에 맞는 전도경로를 따라야 한다. 그리핀 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LK-99'의 전자에너지 상태가 '페르미 표면'에 가깝다고 밝혔다. 페르미 표면에 더 가까운 전도경로가 많을수록 초전도 현상이 상온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해당 시뮬레이션 결과가 동료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전 논문'이고 실제 물질을 합성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로 추가검증이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물질을 합성하다 보면 구조가 망가지거나 전자수가 부족해지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이 생길 수 있어서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연구진은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LK-99' 물질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물체가 공중에 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초전도체의 특성 중 하나가 자석에서 뿜어져나오는 자기장을 되받아치는 '마이스너현상'인데 이를 재현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중국 난징대,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 등 연구기관에서 'LK-99' 재현실험을 진행 중이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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