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기 손떨려"… 상추 10장, 삼겹살 100g 값과 맞먹어
2일 통계청은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에 그치면서 2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석유류 가격이 같은 기간 25.9% 하락한 점이 물가 안정에 결정적 원인이 됐다.
그러나 지난달 집중호우로 농가가 큰 피해를 입으면서 채소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점이 식탁물가에는 큰 변수로 부상했다. 특히 상추 가격이 한 달 사이에 80% 넘게 오르면서 삼겹살 가격과 거의 비슷해졌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폭염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작년 7월과 비교하면 0.5% 내렸지만 올해 6월보다는 1.7% 올랐다. 농산물만 보면 한 달 사이 4.7% 상승했고, 이 가운데 채소류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채소류 가격은 전월보다 7.1% 급등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로 피해를 본 농가 면적은 전날 기준으로 시설 채소 2902헥타르(ha), 노지 채소 2456ha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달 채소류 중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품목은 상추다. 상추 가격은 한 달 만에 83.3% 급등했다. 상추는 대표적인 시설 채소로 지난달 수해로 비닐하우스들이 큰 피해를 입은 작목 중 하나다. 전날 기준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상추 농가의 피해 규모는 473.3ha에 달했다.
이제 상추 가격은 상추에 싸먹는 삼겹살 가격에 근접한 수준이 됐다.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적상추 100g의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2475원, 청상추 100g은 2495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같은 날 같은 무게의 삼겹살 가격(2593원)과 100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수해 이후 상추 가격이 평년 가격(적상추 1329원·청상추 1338원)의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추 가격과 삼겹살 가격이 엇비슷해진 것은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상추를 제외한 채소 가격도 크게 올랐다. 시금치(66.9%)와 열무(55.3%), 오이(23.2%) 등은 한 달 사이 10% 넘게 가격이 올랐다. 채소나 과일, 해산물처럼 날씨 등에 따라 변동하는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도 한 달 만에 4.4% 올랐다.
다만 채소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체 소비자물가는 6월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내린 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1년 전보다는 21.1% 올랐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해보면 4.9% 내렸다. 이는 지난달 전기료 누진세 구간 확대 등의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기료는 한 달 전보다 11.2% 하락했다. 석유류 가격이 한 달 만에 0.7% 내려간 점도 소비자물가 폭등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3% 오르는 데 그치면서 6월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올해 6월(2.7%)부터는 2%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이달부터는 전년 대비로는 물가 상승률 하락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치솟았다가 8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만큼, 올 8월부터는 기저 효과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 물가에 폭염·태풍의 영향이 새롭게 미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이날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를 소집해 농축산물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겉으로는 물가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지만 세부 요소를 따져 보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 충격의 변동성을 제외하고 산출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근원물가가 1년3개월 만에 3%대로 내려온 것이지만 여전히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역시 1년 전에 비해 3.3% 오르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상회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이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희조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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