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문가 부족한데 국민연금 대체투자 약정액 250조 돌파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8. 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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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신규 약정규모 50조 넘어
“40조 넘기면 감당 어려워” 지적도
1인당 운용규모 1조5천억 이르러
운용역 규모 비해 빠른 증가세 우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약정금액이 1년새 50조원 가량 급증하면서 25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약정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기금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운용 역량에 비해 약정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대체투자 총 약정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254조3151억원으로 전년(204조4308억원)보다 50조원 가량 증가했다. 국민연금 2021년에도 대체투자 신규 약정 규모를 50조3000억원 가량 늘렸는데 2년 연속 50조원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모벤처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등 ‘대체투자 3실’을 중심으로 부동산·인프라, 사모펀드(PEF) 투자를 고루 늘리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전체 대체투자 약정금액중 사모펀드(헤지펀드 포함) 약정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약정금액은 114조7782억원으로 전년(89조302억원)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뒤를 이어 부동산(78조7472억원), 인프라(59조1704억원), 멀티에셋(1조6243억원) 순이었다. 지난해 투자를 약정한 금액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63%(약 161조원) 수준이었다.

가령 지난해 말 부동산투자는 지역별로 미주 투자 금액이 약 13조원으로 가장 컸고 유럽(8조원), 아시아(7조원) 순이었다.

사모투자의 경우 경영권 인수 목적의 바이아웃펀드 투자 규모가 가장 컸고 세컨더리, 메자닌펀드, 코파펀드에도 투자하고 있다. 코파펀드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나설 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돈을 대주는 공동투자 펀드를 뜻한다.

뿐만 아니라 고금리 속에서 낮은 변동성으로 비교적 안정적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사모대출(Private Debt) 투자금액도 4조3523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약정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은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자산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8%에 이르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서도 대체투자는 유일하게 8.9%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해 하락장에서 방어 자산으로서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약정규모가 매년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를 담당할 운용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비공개 정보를 토대로 딜소싱(거래 성사)이 이뤄지는 대체투자 분야는 전문성이 핵심으로 꼽히지만, 인적 인프라는 자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 운용역 1인당 대체투자 규모는 5월 말 기준 1조2500억원에 달했다. 가령 사모벤처투자실의 경우 44명의 운용역이 64조3000억원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1인당 운용규모만 1조4600억원에 이른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3배 수준으로, 선진국 연기금 상당수가 1인당 운용자산 규모가 1조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급하게 늘리기에 앞서 인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용인력의 이탈을 막기위해 우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부랴부랴 29명 운용역을 충원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신규 약정 규모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연간 신규약정 규모가 40조원이 넘어가면 무리가 된다고 자체 판단하고 있다”며 “자산군별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약정 규모가 빠르게 늘어 과부화가 걸린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는 규모는 이미 국내 주식 투자 규모를 넘어선 상태다. 2002년 처음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뛰어든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약 20년만인 올해 5월말 기준 155조2000억원(비중 15.9%)까지 커졌다. 국내 주식투자 잔액은 144조9000억원(14.9%) 보다 10조원 가량 더 많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규모는 올해 연말 목표 비중(13.8%)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연말이 되기 전까지 현재 보유한 대체자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향후 5년간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를 결정하는 중기자산배분안(2024년~2028년)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전체 자산의 15% 이상으로 늘리는 내용의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을 마련한 바 있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 약 890조원에서 5년 후인 2024년에는 전체 운용규모가 1400조원이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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