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먹을수록 공천 가까워진다?”… 막말 쏟아내는 野 의원들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 되려 두둔
원로마저 ‘이재명 지키기’ 계파갈등 불 지펴
강성 지지층에 존재감 각인, 공천 노리는 전략
더불어민주당의 ‘입’이 더 거칠어졌다. 당 쇄신을 위해 조직된 혁신위원회가 ‘노인 폄하’라는 비난을 받는 위원장의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할 일이 아니다”라고 편들고 나서는가 하면, 현역의원이 나서 “미래에 살아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두둔하는 일이 이어졌다.
청와대 출신 의원은 현직 대통령을 공격하려다 ‘궁평 지하차도’를 끌어와 수해 사망자를 모욕했다. 중도층 표심을 잃을 거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층에 편승해 총선 공천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이들의 욕심이 이 같은 ‘막말 릴레이’를 만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 비(非)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게 상처 주는 언행을 하지 않겠다”며 “겸허한 자세로 모든 언행에 유의하겠다”고 했다. 최근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과 이를 거든 양이원영 의원의 소셜미디어(SNS) 글에 대해 대신 사과한 것이다.
박용진 의원도 같은 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은경 위원장) 본인이 유감의 표시를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명징하게 사과하는 게 맞다”며 “민주당 구성원으로서 이런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 매우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대한노인회는 성명까지 내고 당사자들과 이재명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친(親)명계 핵심인 정성호 의원이 나서 “정치가 그렇게 만만한 게 아니다. 잘못한 것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혁신위가 제대로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문제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틀린 말도 아니다” “자꾸 문제 삼으면 공천 주지 마라” “어차피 지지율에 영향 안 주니 계속 밀고 나가라”는 등의 내용이다. 이른바 수박(비명계를 가리키는 은어) 의원들이 문제를 키워 당을 흔든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글에는 총선 공천 때 비명계를 떨어뜨려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최근 민주당에선 ‘막말’ 또는 계파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이 여러 차례 나와 문제가 됐다. 김의겸 의원은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비판하면서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궁평지하차도로 밀어 넣었다”고 했다. 충북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선 앞서 폭우 침수로 14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었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대선 경선 때 경쟁했던 이낙연 전 총리를 공개 저격했다. 당시 당원 게시판과 이 대표 온라인 팬카페에는 “이재명 다음 대통령은 추미애” “추장군, 추다르크 잘한다”는 식의 글이 쏟아졌다. 당 안팎에선 추 전 장관이 이 대표 체제에서 공천을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할 거란 말이 나왔다.
지난달 19일 민주당 선거 전략을 논의하는 당원 간담회에서는 당 교육연수원장인 정봉주 전 의원이 ‘대통령 탄핵’ 추진을 제안했다. 총선 국면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대통령 일가 특혜 의혹’을 대여(對與) 공세의 주요 이슈로 활용해야 하며, 대통령의 처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최순실 사건’에 버금가는 국정농단의 주요 인물이므로 탄핵을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각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센 발언’이 공천에 유리하게 작용할 거란 생각에 정치인들이 막말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들의 메시지는 일반 국민이 아닌 강성 지지층을 향해 있기 때문에, 대중에게 욕 먹는 걸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공천 경쟁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혁신위가 공천룰을 손 본다 해도 실권이 없고, 친명계에 불리한 룰은 못 만든다. 그러니 어떻게든 지지층에 본인을 각인시키면 된다는 발상이 언행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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