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나를 일깨운 ‘책으로 비즈니스’
책을 한 권 펴낼 때 처음 찍는 부수가 2000부라고 하면 많다고 느껴질까, 적다고 느껴질까(참고로 한국 남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평균 관중이 2000명을 조금 넘는다). 초판 발행 부수가 점차 줄어드는 과정을 겪어온 출판계 사람이라면 대체로 너무 줄어 문제라고 생각하겠지만, 업계 바깥에서는 관심 영역도 아니고 흥미도 없는 책이 2000부나 만들어진다고 하면 그 책을 사볼 사람이 그렇게 많은가 반문할 이들도 적지 않을 거라 예상한다. 물론 꼭 2000명의 독자를 바탕으로 2000부를 찍는 건 아니다. 제작 부수가 줄어들면 단가는 그만큼 올라가고, 지금의 인쇄·제작 방식에서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부수도 반영된 수치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2000부, 그러니까 1쇄를 다 팔지 못하는 책들이 적지 않다.
출판사로서는 손해다. 출판사만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저자가 책 한 권을 쓰는 데 걸리는 시간과 들이는 비용을 고려하면, 2000부의 인세로 얻게 되는 수익은 너무 적다. 보통 인세가 정가의 10%이니 1만5000원짜리 책 2000부의 경우, 저자는 300만원의 세전 수입을 갖게 된다. 중위소득, 도시가구 생활비용 등 어떤 지표를 떠올려도 한두 달에 책 한 권을, 그것도 꾸준히 펴내야 삶의 유지가 가능한 상황이다.
저자가 인세로만 수입을 얻는 건 아니다. 출판사도 책 판매만으로 수입을 얻는 건 아니다(라고 적지만 대다수 출판사 매출의 90%는 종이책이다). 매출 다각화는 가능하고 필요하다. 브랜딩과 독자 커뮤니티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온 출판사 ‘유유’가 최근에 펴낸 <책으로 비즈니스>는 모두가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해 결국 해오던 것에만 집중하는 ‘출판 비즈니스’에 구체적인 지혜를 전해 눈길을 끈다.
영미권 대형 출판사에서 25년을 근무하고 출판사를 차린 후 ‘범상치 않은 비즈니스 북클럽’이란 팟캐스트를 만들어 출판계의 무수한 도전을 나눈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이 “수익성 있는 일을 운영하기 위한 책 쓰기”라고 말한다. 내용의 적용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책과 비즈니스를 함께 드러낸 제목, 수익성과 책 쓰기를 연결한 표현이 신선하고 반갑다. 책이 출간된 이후에만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책을 쓰는 “과정 자체를 사업과 브랜딩의 일부로 간주해 단계별로 프로필을 구축하고, 관계망을 확장하고, 수익을 창출하고, 검색 엔진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하는데, 여러 분야에서 이뤄지는 브랜딩 구축과 플랫폼 확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여러 출판 마케팅 활동을 시도하고 경험해본 저자와 출판사라면 책에서 소개하는 각각의 활동이 새롭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각각의 방법을 잘 몰랐을 리도, 충분히 시도하지 않았을 리도 없다. 핵심은 개별 활동을 어떤 맥락과 방향 위에서 일관되게 연속되도록 설계하느냐에 있겠다.
핵심은 ‘비즈니스’다. 직접 번역하고 싶은 책을 펴내기 위해 1인 출판사를 차려 10년 가까이 자영업자로 생존한 이 책의 번역가는 책의 제목을 듣고는 자신에게 딱딱하고 멀게 느껴진 ‘비즈니스’라는 말을 어떻게 하면 안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이 거부감을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그러고는 출판 비즈니스를 “규모가 크든 작든 자신의 장점과 특성을 살려 일을 만들고 돈을 벌고 관계를 맺고 원하는 삶을 찾아가려는 ‘시도’에 가깝”다고 설명하는 데 이른다. 늘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이 용어에 거리감을 느꼈던 업계 동료들과 이 말을 깊이 나누고 싶다.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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