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노점 왜이리 비싸" 바가지 논란…결국 가격 내렸다는데 [현장+]
가격 내렸지만…"여전히 비싸다" 반응
일부 상인들, 집중 단속에 불만 토로
코로나19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늘며 활기를 띤 명동 상권이 '바가지 물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격 부풀리기'를 하는 노점도 속출해 구청이 지난달부터 노점 내 가격표시제 의무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내놨음에도 바가지요금은 잡히지 않았다. 결국 구는 지난달 31일부터 명동 내 총 137개 노점을 대상으로 운영에 문제는 없는지 집중 단속에 나섰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 노점들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집중 단속 이틀째를 맞아 몇몇 상인들 사이에서는 "어제 (단속반이) 너무 심하게 잡더라"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양일간 중구청이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노점을 집중 단속에 나선 결과, 총 16건의 위반 행위가 적발됐다. 가격 표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거나 불법 적치물 등이 문제가 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국내 방문자들 사이에서도 명동 노점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다. 어묵 꼬치 1개는 2000원, 군만두 3개에 5000원, 오징어구이 1마리가 1만2000원 등으로 주변 시장이나 식당보다도 1.5~2배가량 비싸다는 것. 인근 광장시장 등에서는 어묵 꼬치 1개가 1000원~1500원, 명동 내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오른 한 만둣집도 만두 3개에 3600원으로 노점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인근 탕후루 전문점에서 판매되는 탕후루가 명동 내 노점보다 2000원가량 저렴했다.
바가지 논란이 잇따르자 명동 상인회 측은 지난달 7일 자발적으로 일부 품목에 대한 가격을 500~2000원가량 인하했다. 회오리 감자 노점 상인 황모 씨(66)는 "동일한 음식을 판매하는 다른 가게들은 아직 5000원으로 팔고 있다"면서도 "이번에 가격 가지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이 나와서 먼저 1000원 내린 가격에 팔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인하 품목이 제한적이고 참여 노점이 적어 시민들은 여전히 저렴해진 가격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국 길거리 음식이 원래 이렇게 비싸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K-푸드'를 먹으러 명동을 찾은 말레이시아 국적 에밀리야 씨(22)는 "놀러 왔으니 기쁜 마음으로 사 먹지만 비싼 가격에 비해 양이 적어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온 잠밀라 헤질란 씨(18)는 "SNS에서 보고 한국식 핫도그를 먹어보고 싶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관광지여서 더 비싼 건가 싶어서 그냥 지나쳤다"고 했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이나 은행 계좌이체로만 결제를 유도한 것도 논란이 됐다. 이날 방문한 노점 대부분에서도 여전히 계좌이체 번호만 안내될 뿐 카드 결제는 불가했다. "현금만 된다"는 말을 듣고 발걸음을 돌린 시민 홍모 씨(41)는 "요즘 지하철 역사 안 가게들도 카드를 받기 시작하고 전통시장에서도 카드를 받는데, 왜 유독 여기만 현금을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판매대 앞에 가격을 표시하는 '가격표시제'도 지켜지지 않았다. 구의 '가격표시제 의무화' 추진 이후 명동 노점 대부분은 판매 가격을 사전에 공개하고 있었으나, 일부 가게에서는 여전히 표시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구는 오는 10월부터 명동 전역을 가격표시제 의무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가격표시 위치와 규격 등 노점 가격표시판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관광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구는 앞으로 한 달간 명동에 64명의 단속요원을 투입해 서울시와 남대문경찰서와 함께 매일 합동 단속에 들어간다. 노점의 양도나 대여 등 제3자 영업행위를 집중적으로 살피고 격일 운영 규정과 운영시간 준수, 매대 무단 확장 여부 등을 점검한다. 이 일대 노점은 도로점용 허가증을 받고 이용료를 내야 하며, 행인들의 동선 등을 고려해 격일 운영되고 있다. 각종 위반행위가 드러나면 벌점 부과, 영업정지, 허가 취소 등의 행정 처분을 내린다.
다만 일부 상인들 사이에서는 구의 집중 단속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한 노점 상인은 "우리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이렇게까지 잡을 필요가 있나 싶다"며 "어차피 다른 곳 가도 마찬가지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의 또 다른 노점 상인도 "안 그래도 (단속 시작된 것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 달리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중구청 관계자는 "단속 첫날에는 '사정 봐달라'며 눈물 흘리는 상인 분들도 계셨고, '장사하는 데 방해된다', '맨날 단속 나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라는 항의도 많았다"면서도 "한번 적발된 가게는 계속 주시하고, 명동 노점 내 모든 불법 행위를 사라지게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전히 외국인을 대상으로 가격을 부풀려서 받는 경우가 있다"며 "구에서 가격 자체를 제재할 권한은 없기 때문에, 가격 표시제 설치 등을 통해 외국인들이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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