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쓰고 차입 늘리고… 제약사 `R&D 쩐의전쟁`

강민성 2023. 8. 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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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사들이 시설투자와 R&D(연구개발)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리거나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최근 일동제약은 운영자금과 기존 차입금 상환 등을 목적으로 300억원을 차입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의 R&D자금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 "전환사채, 회사채, 장·단기 차입 등 기업별 사정에 맞는 방식을 택하면서 계약기간 동안의 금리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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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업계, 2023년 상반기 차입·채권발행 현황. 각사 제공.

제약사들이 시설투자와 R&D(연구개발)에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리거나 회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자체 유보자금으로 성장 기회를 만들기 어려운 만큼 외부자금 조달을 활용하려는 목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동아에스티, 휴젤, 삼일제약, 파나진 등은 전환사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일동제약, 코오롱생명과학, 현대약품, 한국유니온제약 등은 차입금을 늘렸다.

동아에스티는 올 상반기 공모사채 시장에서 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동아에스티는 이 자금으로 △면역항암 신약치료제 DA-4505 임상 1상 △과민성방광 신약치료제 DA-8010 임상 3상 △제2형 당뇨 신약 치료제 DA-1241 글로벌 2상 △건선 치료제 DMB-3115의 글로벌 허가 신청을 추진한다.

메디컬 에스테틱 기업 휴젤은 이달 약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키로 했다. 휴젤은 이를 R&D와 운영자금에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젤은 액상 보툴리눔 톡신 'HG102'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HG102는 동결 건조한 가루 형태의 기존 보툴리눔 톡신을 액상 형태로 만들어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염산염을 첨가한 휴젤의 차세대 제품이다. HG102 임상 3상은 2025년 10월 완료될 예정이다.

삼일제약도 올 상반기 12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삼일제약 측은 "베트남 안과 CMO(의약품위탁생산) 공장 시설투자에 해당 자금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삼일제약은 베트남에 글로벌 규모의 점안제 CMO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호치민시에 총 8개 라인에서 연간 약 7만9000개의 멀티도즈, 약 5억3000만개의 싱글도즈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올 1분기 기준으로 삼일제약의 이익잉여금은 289억원 수준에 그쳐 외부자금 조달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성제약, 경남제약, 파나진, 아이큐어도 이달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분자진단 기업 파나진은 전환사채를 통해 마련한 자금 중 올해 30억원, 2024년과 2025년 각각 30억, 35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파나진은 PNA(펩타이드 핵산) 기반 암, 감염병 진단 기술을 보유한 국내 대표적 분자 진단 기업으로 지난달 HLB그룹이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HLB그룹이 투자를 완료할 경우 파나진은 8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확보하게 돼, 이를 통해 소재개발과 표적항암제 동반진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단기차입을 결정한 제약사들은 대체로 기존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전환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빌렸다. 최근 일동제약은 운영자금과 기존 차입금 상환 등을 목적으로 3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5월 대규모 구조조정이 들어간 이후 첫 자금조달이다. 일동제약은 5월부터 연구개발 분야에선 개발·기술 수출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계획하고 영업·마케팅 분야에선 이익 구조가 취약한 품목을 정리하고 있다.

올 1분기, 일동제약의 단기 차입금은 1144억원 수준에서 2분기에 1600억원으로 늘어났고, 현재 부채비율은 245.87%다. 일동제약의 차입으로 지주회사 일동홀딩스가 서울 양재동 소재 사옥을 담보로 제공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200억원을 차입했고, 현대약품도 같은 이유로 지난 5월 100억원을 차입했다. 한국유니온제약 역시 전환사채 상환을 위해 100억원을 빌렸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규모의 R&D자금을 자체 자금으로 조달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 "전환사채, 회사채, 장·단기 차입 등 기업별 사정에 맞는 방식을 택하면서 계약기간 동안의 금리를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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