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못 말린 애쉬비, 이젠 빌보드 넘본다[김현식의 힙합은 멋져](인터뷰②)

김현식 2023. 8. 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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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주인공 애쉬비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어느새 힙합은 안 멋져’라는 노래 가사가 힙합씬을 대변하고 있는 시대. 힙합의 멋을 다시 알리고자 기획한 인터뷰 코너입니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편집자 주>

“‘내가 틀리지 않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뿌듯해요.” 신곡 ‘LIT’로 컴백한 애쉬비(본명 추윤정, Ash-B)의 말이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난 애쉬비는 “제 음악을 인정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거침없이 애쉬비만의 ‘네이스티(nasty)한 느낌’의 음악으로 저만의 길을 나아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힙합은 자유로운 음악이잖아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색깔을 입힌 힙합 음악을 만들 때 해방감을 느껴요.”

2014년 활동을 시작한 애쉬비는 지난 9년간 성실하게 음악 작업을 이어오며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을 구축했다. Mnet 여자 래퍼 서바이벌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펼친 활약으로도 대중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애쉬비는 “주변의 이야기와 시선에 휘둘려 갈팡질팡하던 시기도 있었다. 방송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먼저 잘되는 걸 보면서 ‘왜 난 항상 뒷순위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힘든 시기를 보낸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 또한 이겨내야 했다. 애쉬비는 “‘한국에서 이런 음악 하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들으며 살았다. 노출 수위와 랩 가사 내용을 지적하며 ‘싼 여자 같다’는 악성 댓글을 다는 분들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평범한 모임 자리에서 갑자기 뮤직비디오에 나왔던 것처럼 트월킹을 춰보라고 하는 매너 없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이런 부분도 저에겐 스트레스였죠.”

“말리는 사람들을 뿌리치는 인생이었다”고 웃어 보인 애쉬비는 그런 가운데서도 “음악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고 했다. “영원한 1등은 없으니 언젠가는 내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올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멘탈을 붙잡으려고 노력했어요.”

애쉬비는 지금이 자신이 치고 올라갈 적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카디비, 메건 더 스탤리언 등 미국의 인기 여성 힙합 아티스트들이 빌보드 차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잖아요. 이런 흐름이 국내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2019년 발표곡인 ‘부티’(BOOTY)를 언급하면서 국내 힙합씬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는 데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도 했다. “제가 ‘부티’를 낼 때만 해도 ‘왼손에 내 엉덩이 Yo’ ‘오른손은 Make me hot’ 같은 가사를 쓰는 여성 래퍼는 국내에서 흔치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이돌 가수 분들의 노래에도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는 내용이 담겨 있더라고요. 국내에서 그런 움직임이 일어나는 데 제가 꽤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해요.”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힙합을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멋지다고 생각하기에 힙합을 한다”는 애쉬비. 그가 솔직한 음악으로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는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다. 다만 듣는 이들에게 교훈을 주고자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애쉬비는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제 음악을 듣고 신나게 즐겨주신다면 그걸로 충분히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애쉬비는 “빌보드 차트 진입을 장기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도 꺼냈다. “꽤나 큰 꿈이지만, 아직 저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남미에는 제 음악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은데요. 앞으로 더 많은 해외 리스너 분들에게 제 음악을 알리고 싶습니다.”

여성 힙합 문화를 이끄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여성 아티스트들이 힙합씬을 이끄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국내에도 여자 래퍼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높이 올라가서 그분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닌 아티스트가 되었으면 하고요. 멈춰 있지 않고 꾸준히 위로 올라가는 아티스트가 되겠습니다.”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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