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어디까지 배웠어, 난 카이스트 나왔어" 극성 유치원 학부모

/사진=뉴스1

한 유치원 교사가 이른바 '극성 학부모'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한 사연을 밝혔다.

2일 뉴스1에 따르면 전날 '경기일보 경기TV' 유튜브 채널에는 경기도의 한 공립유치원 교사 A씨가 학부모 B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A씨가 B씨와의 통화를 녹취한 내용도 공개됐다.

녹취록에서 B씨는 A씨에게 "우리 아이에게 다른 반으로 가라고 했냐"며 따졌다.

A씨가 부인하자 B씨는 "애가 집에 와서 자지러지게 우는 데도 아니냐. 아닌데 아이가 이렇게 억울하다는 듯이 우냐"며 "CC(폐쇄회로)TV 확인해 봐야겠네. 우리 아이가 완전히 거짓말쟁이냐. CCTV 돌려봐도 되냐"고 몰아붙였다.

이어 "내 아이가 우선이지 내가 선생님 인권 보호해 주거나 교권 보호해 주는 사람은 아니잖냐. 우리 아이가 당한 게 많은데"라며 "누구 말이 사실인지 녹음기 붙여야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어디까지 발뺌하시냐. 남의 명예까지 실추시키면서 뭐 하시는 거냐. 배운 사람한테. 당신 어디까지 배웠냐"며 "카이스트 경영대 나와서 MBA(경영학석사)까지 했는데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가 문제아냐. 계속 이딴 식으로 해도 되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 도로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식 및 교사생존권을 위한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추모 영상을 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고 있다. 2023.7.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학부모 B씨는 A씨에게 발표 중인 자녀의 사진을 찍어 보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A씨는 사진을 'e알리미'(스마트 가정통신문)로 B씨에게 전송했다.

그런데 B씨는 A씨가 사진을 전체 공개로 보냈다고 오해했다. B씨는 "너무 빡빡한 사회가 아니라면 (사진을 보내는) 융통성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서울 가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그냥 개인 폰으로 전송해 주셔도 되는데 이런 걸 자꾸 공론화하고 그러지?"라고 따졌다.

A씨는 "어머니에게만 보내드렸다"고 해명했지만 B씨는 믿지 않았다. B씨는 "선생님 지금 임신 몇 개월이냐. 우리 아이도 소중한 존재니까 선생님이 임신하셨더라도 좀 융통성 있게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다"며 "이런 상황은 깜짝깜짝 놀란다. 그냥 간단하게 해주시지 너무 수 쓰지 않으셔도 된다. 사진 한 장 보내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냐"고 말했다.

B씨는 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공개하지 않도록 한 교육부 지침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그는 "교직원 처우가 그렇게 개선됐는데 우리 학부모는 그럼 아무 소리도 못 하나. 교육부 지침 같은 게 되게 위험한 거다"라며 "어디까지 전쟁을 선포하는지 몰라도 우리 배운 사람들 입장에서는 되게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체험학습과 관련해 교사가 결정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내원해서 상담하라는 A씨의 말에 "원으로 와서 상담하라 이야기하는 게 선생님 굉장히 뻔뻔하다"고 했다.

해당 영상에서 A씨는 "(당시) 제가 주변에 도움을 청해도 교원단체도 실질적인 규정이 없으니 도움 된 게 전혀 없었다"며 "그때 임신 중이었는데 가족이 없었으면 그 여자(B씨) 이름을 유서에 써놓고 극단적인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소하자니 낙인찍힐 아이도 그렇고 난처해질 유치원 입장 때문에 고소를 못 했다"며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