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진영 궤멸' 홍콩서 18∼20세 유권자 등록 반토막

윤고은 2023. 8. 2.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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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시행 후 이민 붐·친중 진영 일색 선거에 무관심
'애국자'만 참여 선거제 개편 후 2021년 입법회 선거 역대 최저 투표율
2019년 11월 홍콩 구의원 선거 개표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국가보안법 시행 후 민주 진영이 사실상 궤멸한 홍콩에서 18∼20세 주민의 유권자 등록이 반토막 났다.

친중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제가 개편되면서 선거에 대한 무관심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체 유권자 수가 2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조사돼 국가보안법 시행에 따른 이민 붐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2일 명보에 따르면 전날 홍콩 선거사무처는 올해 12월 10일 치러지는 구의회 지역구 선거의 등록 유권자가 잠정적으로 432만9천710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등록 유권자 수에서 8만1천여명(1.9%) 줄어든 것으로 홍콩의 등록 유권자 수는 2년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홍콩의 인구는 약 730만명이다.

특히 18∼20세 등록 유권자가 작년의 반토막이 됐다.

한국은 선거 연령이 되면 자동으로 선거권이 생기지만, 홍콩은 선거 연령(18세)이 되면 처음 선거 참여시 유권자 등록을 해야 한다.

홍콩 선거사무처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새롭게 유권자로 등록한 인원은 3만1천300명으로 작년보다 12.7% 줄었다. 이는 2012년 이후 최저치다.

신규 등록 유권자 중에는 18∼20세가 5천810명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이같은 18∼20세 신규 유권자 수는 작년보다 50.1% 줄어든 것으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었던 2019년에 신규 등록한 18∼20세 5만8천794명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명보는 "통상 선거가 치러지는 해에 신규 등록 유권자 수가 선거가 없는 해보다 많은데 올해는 선거가 없었던 작년보다도 신규 등록 유권자 수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직접 선거가 있었던 2015년에는 26만2천여명, 2019년에는 39만2천여명이 신규 유권자로 등록해 선거가 없었던 해보다 많았다고 전했다.

홍콩 선거사무처는 유권자 등록 기간 때마다 유권자에게 등록 문의 편지를 발송하며 유권자는 지정된 날짜까지 이를 회신하지 않으면 유권자 등록이 취소된다.

신규 등록이 감소하는 흐름 속에서 홍콩 전체 유권자 수 감소 규모도 작년 6만명(전년보다 1.4% 감소)에서 올해 8만1천명(전년보다 1.9% 감소)으로 커졌다. 이는 2015년 이후 최대치다.

연령대별로는 18∼20세 총 유권자 수가 약 2만6천명으로 작년의 5만5천명에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가장 많이 줄어든 연령대가 됐다.

지난해 말 현재 홍콩의 18∼20세 인구는 16만3천명이다.

30세 이하 유권자 수도 작년보다 10.3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젊은 유권자의 이탈과 달리 71세 이상 유권자는 지난해 68만8천명에서 올해 72만7천여명으로 5.6% 증가했다.

2019년 11월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 끝없는 투표 행렬 [연합뉴스 자료사진]

12월 구의회 선거는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기조로 단행된 홍콩 선거제 개편의 완결판이다.

이번 구의회 선거는 시민이 직접 뽑는 의석을 기존 95%에서 19%로 대폭 줄이는 것을 골자로 구의회 선거제가 개편된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다.

이로써 2020년 6월 30일 홍콩국가보안법 시행에 이어 '애국자에 의한 홍콩 통치'를 기조로 단행된 홍콩의 선거제 개편은 모두 마무리됐다.

홍콩 당국은 선거 출마자에 대해 각종 조건도 내걸었다.

선출·임명 여부와 관계없이 선거에 나서는 사람은 먼저 공직 선거 출마자격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해당 위원회는 '애국자'만이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심사한다.

그 결과 민주 진영의 선거 참여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도중 치러진 직전 구의원 선거는 민주화 요구 속 역대 가장 높은 71.2%의 투표율 속에서 민주당 등 범민주 진영이 392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선거제 개편 후 2021년 12월 치러진 홍콩 입법회(의회) 선거는 친중 진영만이 참여한 가운데 역대 최저 투표율(30.2%)을 기록했다.

홍콩 정치 평론가 소니 로는 이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정치적 무관심과 이민이 신규 등록 유권자 수 감소의 주된 두 가지 요인"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는 2021년 2만7천300명, 지난해 6만명의 순 주민 유출이 발생했다.

로는 "홍콩 사회 많은 이들이 여전히 정치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거나 참여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 주석은 현재의 정치 환경이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 의지를 꺾었다고 개탄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투표를 위한 가장 간단한 절차인 유권자 등록마저 꺼리고 있다"며 "그들이 미래 홍콩을 위해 뭔가 하리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나? 우리는 그들을 잃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구의원 야우침몽은 "지난 20년간 젊은이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왔다"며 "그들의 지지 없이는 우리는 선거에서 승산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말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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