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현과 김지후…, 소노판 스플래쉬 브라더스?

김종수 2023. 8.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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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래쉬 브라더스(Splash Brothers)', NBA 역사상 최고의 '쌍포'로 불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소속 스테판 커리와 클레이 탐슨을 묶어서 표현하는 애칭이다. 커리는 자타공인 역대최고 3점슛 마스터이며 공수겸장 탐슨 또한 역사의 한자리를 차지할만한 슈터다. 레전드 슈터 둘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상대팀을 공습했고 거침없이 이어지는 폭격에 철옹성을 자랑하는 수비진도 견디지못하고 무너지기 일쑤였다.

 

현재는 뜻이 광범위해져서 강력한 슈터 조합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김승기 감독의 “김지후를 클러치 슈터로 부활시켜 전성현을 받쳐주면서 함께 쌍포가 되도록 훈련시키려고 한다”는 발언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소노는 지난 1일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조한진을 내주는 대신 김지후와 이진석을 영입하는 1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팬들은 만년 유망주 김지후(31‧187cm)와 선수 키우는데 일가견이있는 김감독의 만남에 주목했다. 아니라다를까 김감독은 김지후에 대한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밝혔는데 심지어 앞서 언급한데로 쌍포 발언까지 나왔다. 제대로 한번 키워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소노판 스플래쉬 브라더스가 탄생할까?’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까지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어찌보면 립서비스일 수도 있다. 새로 팀에 들어온 선수들에게 용기와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 놓고봤을 때 김지후는 전성현(32‧188.6cm)과 쌍포로 묶기기에는 격차가 너무 벌어져있다. 한팀의 핵심 식스맨급도 쉽지않은 김지후와 대한민국 최고 슈터 전성현은 레벨이 다르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능여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겠으나 선수의 커리어만 놓고 따진다면 그렇다.


하지만 발언의 상대가 김감독이기 때문에 좀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그간 김감독은 ‘저게 될까?’싶은 상황에서도 의문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말을 내뱉으면서도 결국에는 지켜내는 경우가 많았다. 김감독 밑에서 평균 커리어 이상의 활약을 펼친 선수가 숱하다. 그가 국내 최고 명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그가 김지후에게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김지후는 2014년 프로농구 국내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4순위로 KCC에 입단했다. 당시 허재 감독은 허웅, 김기윤 등이 남아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지후에게 픽을 던졌다. 슈터로서 김지후가 가지고있는 빼어난 재능을 높이산 이유가 크다. 아마, 프로를 통틀어 슛이 좋은 선수는 차고 넘친다. 그중에서도 슈터로 이름을 떨치는 선수들은 그들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


신인 시절 김지후는 슈터로서 꼭 가져야할 확실한 장점이 갖추고 있었다. 고려대 시절부터 입증됐다시피 유달리 클러치슛에 능했다. 여러 가지로 흔들릴만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찬스가 오면 주저하지 않고 슛을 던졌다. 어찌보면 슈터로서 이러한 점은 기술적인 부분보다 더 중요하다. 작은 흔들림에도 영점이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이 슈터인지라 무엇보다 뻔뻔스러울 정도로 담대해야 한다. 그런 배포를 가졌다는 점에서 프로에서의 성공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이후 추승균 감독도 김지후를 김민구, 송교창 등과 함께 팀의 미래로 낙점한 바 있다. 하지만 김지후는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현대모비스로 트레이드되어 둥지를 옮기고 만다. 현대모비스에서도 김지후를 키우기위해 적지않은 노력을 했으나 성장은 커녕 퇴보를 거듭했고 결국 전력구성에서 밀리는 상황까지 몰리고 말았다. 팬들사이에서도 점점 잊혀져가는 이름이 되고 있다.


3점슛, 미들슛 등 슈팅 능력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있으나 다른 능력치에서 평균 이하인 부분이 뼈아프다. 수비력같은 경우 본래 단점이었고 볼 핸들링이 좋지않아 받아먹는 슛이 통하지않을 경우 다른 공격 옵션을 가져가기기 쉽지않다. 설상가상으로 슛 동작이 빠른 편도 아닌지라 수비가 타이트하게 붙으면 장점을 발휘하기도 쉽지않아진다. 3점슛 원툴 플레이어인데 그마저도 반쪽인 것이다.


그런점에서 ‘양궁 농구’를 추구하는 김감독과의 만남은 김지후 입장에서 선수 생활의 전환점이 될수도 있다. 김감독은 선수들의 장점을 잘 뽑아내는 대표적 지도자다. 이정현같은 재능많은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 유형에게는 사실상 프리롤을 주고, 반대 스타일은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기량을 끌어올린다.


김감독 말처럼 김지후가 전성현과 쌍포를 이룰 정도로 급성장을 이룰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전성현같은 경우 최소 전담 수비수 한명은 끌고다니면서 더블팀, 트리플팀 속에서 슛을 던지는 상황이 많은지라 상대적으로 김지후에게 적지않은 오픈찬스가 올 것은 분명하다. 야전사령관 이정현 또한 상대팀의 집중견제를 받는 선수다.


이승현. 이종현, 문성곤의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대학시절 클러치 슈터로 명성을 떨쳤다는 것만으로도 김지후의 슛쟁이로서의 재능은 분명 남다르다. 프로에서 마음대로 풀리지않아 당시만큼의 자신감과 기세가 꺾인 상태지만 김감독이 그 부분만 찾아주어도 위력적인 비밀무기로 거듭날 수 있다.


오픈찬스에서 높은 확률로 받아먹는 3점슛만 안정적으로 넣어준다면 전성현, 이정현 및 외국인선수들의 활동범위가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설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해도 LG시절 이정래 정도의 백업슈터 역할만 해줘도 팀 전력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다. 신인시절 전성현 못지않은 기대를 받았던 김지후가 뒤늦게 슈터본색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KBL 제공,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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