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노련함 여전했던 류현진, 위기에 꺼낸 커브의 재발견

이창섭 2023. 8. 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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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5)이 426일 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을 가졌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리즈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섰다. 결과는 5이닝 4실점 패전이었다.

모두가 기대했던 최고의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복귀전에서 선방한 경기였다. 6회 초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실점이 늘어난 건 아쉽지만 시사하는 바도 있었다. 3-3 동점 상황에서 부상 복귀전을 가진 투수를 더 끌고 가는 건 믿음이 없으면 내리기 힘든 결정이다. 심지어 토론토는 오늘 반드시 볼티모어를 잡아야 하는 경기였다.

류현진은 확실한 모습이 필요한 경기였다. 힘을 나눠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것도 선발 투수의 역할이지만, 경기 초반에 전력 피칭으로 주도권을 가져와야 했다. 그래야 볼티모어의 젊은 타선과 기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초반 3실점은 볼티모어가 상위타선을 '류현진 맞춤형'으로 절묘하게 구성한 덕분이었다.

류현진 vs 볼티모어 상위 트리오

러치맨 : 3타수 2안타 1타점

마운트캐슬 : 3타수 2안타 1타점

산탄데르 : 2타수 2안타 1볼넷

초반 실점에도 불구하고 6회까지 마운드에 올라온 건 류현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다른 투수들의 복귀전이 이런 식으로 흘러갔다면 조기 강판됐을 것이다. 이는 류현진이 2019년 왜 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는지 알 수 있었다. 힘 대 힘으로 맞서는 공격적인 피칭은 되지 않았지만,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어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3회 초 거너 헨더슨을 91마일 포심 패스트볼로 삼진 처리했다. 이 장면이 오늘 등판의 압권이었다. 이는 전력 피칭을 했을 때, 타자를 제압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줬다.

류현진 피칭 분포도

33구 - 포심

22구 - 체인지업

20구 - 커브

05구 - 커터

*포심 평균 구속 89마일 / 최고 91마일

포심 구속은 더 올라올 것이다. 그런데 포심은 구속이 1~2마일 더 오른다고 해서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공처럼 보이지 않았다. 완벽한 제구가 없다면 타자들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류현진

류현진은 얼마나 빠른 공을 던지는지보다, 얼마나 빠른 타구를 허용하는지 봐야 한다. 오늘 허용한 19개 타구들의 평균 속도는 88.8마일로 관리가 잘 됐다. 그런데 포심이 허용한 타구들은 위험했다. 파울로 끊는 공도 많았고(8회) 4개 타구들의 평균 속도는 99.8마일이었다. 포심은 분명 필요한 공이지만, 활용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오늘 등판은 커브의 재발견이었다. 초반 포심과 커터, 체인지업 전략이 틀어지면서 커브로 선회한 건 류현진 특유의 유연함이 발휘된 피칭이다. 커브를 공략한 타자들도 있었지만, 커브는 분명 상대 머릿 속에 희미했던 구종이었다.

투수는 플랜A가 통하지 않을 때 플랜B를 빠르게 내세워야 한다. 오늘 류현진은 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초반 실점에도 경기 중반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류현진은 플랜B가 간파당하면 플랜C도 준비할 수 있는 투수다.

반면 우려되는 공은 체인지업이다. 타자들이 더 이상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이전만큼 어려워하지 않는다. 오늘도 체인지업은 9번의 스윙에서 헛스윙은 1번이었다. 피안타 9개 중 3개가 체인지업이었다(포심 3개, 커브 2개, 커터 1개).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2018-2020년 도합 피안타율이 0.184였다. 같은 기간 선발 투수 중 5위에 해당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서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런데 지난 2년간 이 체인지업은 성적이 하락했다. 2021년 피안타율 0.256, 2022년 피안타율 0.268였다. 오늘도 확실히 체인지업 위력은 떨어진 점이 노출됐다. 류현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종이기 때문에 체인지업 난조는 향후 더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2018-20년 선발 체인지업 피안타율

0.152 -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0.163 - 제이콥 디그롬

0.168 - 루이스 카스티요

0.181 - 잭 그레인키

0.184 - 류현진

류현진은 분명 전성기 시절과 다른 투수가 됐다. 그러면 이제 류현진은 주자가 나갔을 때, 혹은 실점 위기일 때 어떤 피칭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 오늘 피안타도 많았고, 매 이닝 주자가 출루했지만, 오히려 그에 비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 쪽은 볼티모어였다. 위기 관리 능력은 추상적인 영역이지만, 류현진은 이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투수다.

약 14개월 만의 복귀전, 그리고 한 경기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오늘은 류현진이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 의미가 있는 등판이었다. 성과와 과제는 분명하지만, 그 무엇도 류현진의 복귀 앞에 둘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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