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美 국채·달러 지위… 12년전 악몽 재현 없다"

이윤희 2023. 8. 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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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신용등급 강등 파장
AAA → AA+ 전격 강등에도
안전자산 선호에 국채 매수세
"2011년과는 경제 여건 달라"
전문가 "시장영향도 제한적"

12년 전 폭락 사태가 과연 올까.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가 1일(현지 시간)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하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이번 강등조치가 과거처럼 국제금융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2년 전과는 거시 상황이 다르고, 학습 효과도 감안하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기 충격은 있을 수 있지만 위험 회피 심리가 되살아나며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으로 미 달러는 긴축통화로서의 지위를 계속해서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피치 왜 내렸나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고,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 채무 증가, 거버넌스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회가 디폴트 위험에 당면해서도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상황이 반복된 점을 지적했다.

피치는 "2025년 1월까지 부채 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초당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있다"라고 설명했다.

S&P 역시 지난 2011년 8월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AA+'로 한단계 낮췄다. 당시에도 미국 의회와의 부채한도 협상 이후 당시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당시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전해진 후 하루 사이에 미국 주요 주가지수는 약 6% 급락했고, 국내 증시도 2거래일 만에 7% 이상 하락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 지수는 이후 10월 초까지 신용등급 강등 직전 대비 14% 하락한 후에야 반등했다.

◇아시아 증시 일제히 하락

아시아 증시는 한국 시간 2일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전날 연고점을 경신했던 코스피 지수는 1.90% 하락한 2616선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3.18% 하락했다. 이날 닛케이 225는 2.30%씩 하락했다. 대만 가권(1.85%)과 상하이 지수( 0.89%)도 떨어졌다.

달러화는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냈지만 원화에 대해서는 강세를 보였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전거래일 대비 0.12% 하락한 101.96을나타내고 있으며 장중 한때 101.88까지 떨어졌다.

미 국채는 안전자산으로서의 명성을 잃지 않은 듯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시각 오후 4시 7분 현재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029%포인트 떨어진 연 4.021%에 거래 중이다.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국채가격이 상승했다는 뜻이다.

◇"달러 지위 더 공고해질 것"

전문가들은 역설적으로 미국 부도 리스크가 높아지는 중에도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는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본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11년 당시 금융시장 충격이 심했던 것은 신용등급의 물리적 강등 이외에 경기모멘텀 약화, 재정위기 확산 등의 요인들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외환시장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미국의 상대적 경기 우위 두 가지로 움직이는데, 미 부채한도 관련 우려는 이미 해소된 재료이기에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해당 동력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피치의 예상보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폭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는 통화 완화정책도 동원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은 백악관에서도 발끈하는 것을 봐서 알겠지만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변수"라며 "경기침체 우려에도 그간의 금리 인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쓸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과거 2011년에도 신용등급 강등 이후 금리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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