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뛰어” 고희진 감독의 불호령이 KGC인삼공사를 깨웠다

남정훈 2023. 8. 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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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인삼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A조 조별예선 맞대결이 펼쳐진 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준결승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던 KGC인삼공사지만, 1세트엔 크게 밀렸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1세트 두 번째 작전 타임을 부른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선수들에게 별다른 지시 없이 "빨리 뛰어!"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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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작전을 낼 게 없어서 그랬죠”

KGC인삼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A조 조별예선 맞대결이 펼쳐진 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 이날 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준결승 진출을 바라볼 수 있었던 KGC인삼공사지만, 1세트엔 크게 밀렸다.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1세트 두 번째 작전 타임을 부른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선수들에게 별다른 지시 없이 “빨리 뛰어!”라고 외쳤다. 사령탑의 불호령에 코트에서 벤치로 돌아온 선수들은 코트 후방을 뛰다가 다시 코트에 들어갔다.

고 감독의 불호령이 선수들에게 울림이 있었던걸까. 1세트를 14-25로 크게 내준 KGC인삼공사는 2세트부터 경기력이 180도 달라졌다. 박은진과 정호영이 지키는 코트 가운데는 페퍼저축은행 공격의 예봉을 막아섰고,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선 이선우와 아웃사이드 히터로 나선 고의정과 박혜민의 사이드 공격도 불을 뿜었다.

블로킹에서 10-5로 앞서고, 서브득점에서 7-3으로 앞선 KGC인삼공사는 1세트만 해도 20.69%에 불과했던 공격성공률을 경기가 끝날땐 41.67%로 두 배 이상 끌어올렸다. 선수들의 각성으로 KGC인삼공사는 2~4세트에선 페퍼저축은행에 세트별로 20점 이상 내주지 않으며 세트스코어 3-1(14-25 25-10 25-18 25-19)로 완승을 거뒀다.

조별예선 3경기를 2승1패로 마무리한 KGC인삼공사는 이어 펼쳐지는 현대건설과 도로공사의 경기 결과에 따라 준결승 진출을 가리게 된다. 도로공사가 현대건설을 3-0으로 이긴 뒤 점수득실을 따져야 하는 상황인데, 이날 큰 점수차로 승리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상황이다.

준결승 진출이 가까워졌지만, 승장 고 감독은 경기 뒤에도 선수들이 갖는 과도한 긴장감에 대해 불만이 컸다. 그는 “이겼지만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경기였다. 훈련해야 할 부분이 더 생긴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묻자 고 감독은 “준비 동작에서 깜빡깜빡하는 모습이 많이 나온다. 그간의 훈련으로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경기장 오니 그 습관이 또 나온다. 이런 부분을 좀 더 보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세트 두 번째 작전타임 때 다짜고짜 선수들에게 뛰라는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묻자 “선수들이 긴장을 많이 해서 그런지 발이 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러다간 첫 경기처럼 완패 분위기의 흐름이 될 것 같아서 그런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그땐 작전을 지시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선수들이 좀 뛰어서 발이 좀 떨어지길 하는 바람에서 그랬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사령탑의 이례적인 작전 지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날 블로킹 3개 포함 15점을 몰아친 박은진은 “1세트 끝나고 선수들끼리 ‘우리가 했던 배구가 안 나온다. 긴장감 내려놓고 즐기는 배구를 하자’고 했다”면서 “감독님이 그런 지시를 하신 것은 우리의 긴장감을 줄여주려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숨도 고르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선우도 “긴장감이 긴장감을 더 불러 더 위축되고 그랬다. 1세트가 끝나고 다시 처음부터 하자고 서로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구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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