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루스 헬기, 폴란드 영공 침범”…폴란드, 국경 병력 증원 등 긴장 악화

벨라루스 “국경 침범 없어” 부인

지난달 20일 벨라루스에서 벨라루스군과 바그너그룹 합동 훈련에 참여한 벨라루스 병사가 총을 겨누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폴란드가 벨라루스 헬기의 영공 침입을 주장하며 국경에 병력을 급파한다고 발표했고, 벨라루스는 이를 부인했다.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자리잡은 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등과의 긴장이 악화 일로다.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1일(현지시간) "국경 근처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두 대의 벨로루시 헬리콥터가 폴란드 영공을 침범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벨라루스 헬기의 영공 침범이 레이더로 포착하기 힘든 상당히 낮은 고도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해당 국경 지대 병력 증강을 지시했다"며 "전투용 헬기를 비롯한 추가 병력 및 자원을 파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나토에 벨라루스의 국경 침범을 보고하고, 벨라루스 대리 대사를 초치해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폴란드 동부 도시 비아워비에자 인근 주민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벨라루스의 국경 침범을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폴란드군은 당초 이러한 내용을 부인했다가 국방부 발표를 통해 벨라루스의 영공 침범을 공식화했다.

벨라루스는 폴란드가 병력 증강을 정당화하려 한다며 영공 침범을 즉각 부인했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텔레그램을 통해 폴란드가 "해외의 ‘주인님’들과 협의를 거친 뒤 사안에 생각을 바꾼 게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공 침범 주장은 "폴란드의 정보에 기반한 게 아니다"며 "우리는 이를 시시한 이야기 정도로 보고 있으며 Mi-8 및 Mi-24 헬기의 국경 침범은 없었음을 밝힌다"고 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 동맹국으로 현재 러시아 전술핵무기가 배치되고 있다. 또 바그너그룹 부대가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동부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지난달 29일 바그너 용병 100여명이 폴란드 국경 인근의 벨라루스 도시 흐로드나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폴란드가 벨라루스와의 국경에 건설한 철제 장벽. AP 뉴시스

이날 러시아 국영 벨타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폴란드는 우리가 바그너 용병들을 붙잡고 있기를 기도해야 한다"며 "우리가 없었다면 그들은 빠져나와 제슈프와 바르샤바를 박살 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폴란드가 "나를 비난해선 안 되고,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슈프는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폴란드 도시이고 바르샤바는 폴란드의 수도다.

조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