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펄펄' 폭염 사망자 속출…소양호 50년 만에 녹조
잼버리 대회장서 무더기 온열질환자…가축 폐사 이어져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역대급 폭염에 전국이 펄펄 끓으며 온열질환자가 속출, 사망자 역시 늘고 있다. 1일 하루에만 89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 이 가운데 2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올해 폭염 추정 사망자는 16명으로 추정된다. 이밖에 전국 곳곳에서 폭염으로 가축이 폐사하고 소양호 상류에 녹조 현상이 발생하는 등 각종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질병관리청이 공개한 '2023년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1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89명이다. 이는 국내 온열질환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응급실 504곳에서 집계한 결과다.
지역별로는 △서울 2명 △부산 1명 △대구 2명 △인천 4명 △광주 2명 △울산 3명 △경기 25명 △강원 3명 △충북 6명 △충남 11명 △전북 8명 △전남 8명 △경북 6명 △경남 2명 △제주 6명에서 각각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충남 서천과 전북 정읍에서는 각 1명씩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나왔다. 충남 서천에서는 지난 7월30일 오후 12시30분쯤 농작업을 하던 90대가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전북 정읍에서는 1일 오후 4시20분께 논에서 일을 하던 80대 노인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당시 노인의 체온은 측정 불가 수준으로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질병청이 온열질환 응급감시체계를 운영한 올해 5월20일 이후 현재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284명, 사망자는 16명에 달한다.
역대급 폭염이 이어짐에 따라 질병청 집계와는 별도로 각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소방본부에도 온열질환자 및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 발생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전날 전북 부안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에서는 400명의 온열질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는 전 세계 158개국에서 4만3000여명이 참가 중이며, 오는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 잼버리 부지에서 열린다.
9일째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광주·전남지역의 온열질환자는 100명대를 넘겼다. 전날 오후 4시30분쯤 광주 광산구 용곡동에서 30대 남성 A씨가 작업 도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광주 30명, 전남 73명 등 총 103명으로 집계됐다.
폭염에 가축 폐사도 속출하고 있다. 전날 폭염에 따른 농가 피해는 전남 5개 시·군 1422마리에 그쳤지만 이날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36도를 넘기며 1만마리가 넘는 가축이 폐사했다. 전남도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0개 시·군 25개 농가에서 닭과 오리, 돼지 등 총 1만656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했다.
폐사 피해는 나주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폐사종별로는 닭이 9농가 1만400마리, 오리 2농가 162마리, 돼지 14농가 49마리 등이다. 농산물 피해는 현재까지 접수되지 않았다.
제주에서도 지난 1일 하루에만 6명이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전날 오전 11시32분쯤 서귀포시 성산읍 한 밭에서 농약을 치던 40대 남성이 전신 마비와 저림 증상을 호소한다는 신고를 시작으로 총 6건의 온열질환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오후 2시56분쯤에는 제주시 구좌읍에서 야외 작업 중이던 70대 남성이 어지럼증과 구토를 호소했고, 오후 3시20분에는 냉방기 없는 실내에서 작업하던 70대가 근육경련과 식은땀 증세로 응급처치를 받았다.
또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야외 작업 중이던 70대 남성·이 전신 식은땀과 구토, 어지럼증을 보였고, 오후 4시4분에는 제주시 한경면에서 80대 남성이 자전거를 타던 중 고열과 구역질 증세를 호소했다. 오후 5시13분에는 서귀포시 성산읍에서 바다 낚시 중이던 50대 남성이 어지럼증과 구역질을 호소해 소방대원이 출동했다.
한강 최상류이자 수도권 식수원인 강원 인제 소양호 상류에는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처음으로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녹조는 식물플랑크톤인 녹조류나 남조류가 크게 늘어나면서 물빛이 녹색으로 바뀌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유속이 정체된 구간에서 조류가 대량으로 번식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됨에 따라 녹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도는 조류발생 원인 규명을 위한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시·군 환경기초시설 운영 강화를 조치했다. 또 조류 확산 방지를 위해 차단막 설치 및 조류제거선을 투입하고, 선박을 활용해 조류를 물 가장자리로 이동시켜 제거 중이다.
한편 정부는 전국에서 폭염 피해가 잇따르자 전날 오후 6시를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폭염 위기 경보 수준도 4년 만에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높였다.
중대본은 사회 취약 계층, 공사장 야외근로자, 고령 농업인 등 폭염 3대 취약분야 관리 대책, 농축수산업 피해 예방대책,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 관리대책 등 분야별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인명·재산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피해 상황을 확인하고 철저한 대응태세에 돌입한다.
특히 고령층 농업작업자를 중심으로 인명피해가 속출해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현장 예찰활동 등 적극적인 대책을 이행할 것을 주문했다. 지자체별 예비비·재난관리기금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대응해달라고도 강조했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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