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만 믿고 폭염 버티면 뇌손상”…전문가들 “잼버리 응급대응반 필요해”

김명지 기자 2023. 8. 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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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폭염에 잼버리 비상
체력 과신하다가 쓰러지면 못되돌려
대회의 성격 ‘도전’과 ‘성취’ 문제
“온열질환 증상 알리고 대피할 수 있게 홍보해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일인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 델타구역에 마련된 편의점에 음료수와 얼음 등을 사려는 인파가 몰려 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편의점이 잼버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곳이 됐다. /연합뉴스

지구촌 청소년 축제 ‘제25회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2일 전라북도 부안 새만금에서 저녁 개영식과 함께 본 행사에 들어가지만, 참가 대원들이 불볕더위에 활동을 잘 치러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폭염으로 전날(1일) 하루만 400명 넘는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면서 잼버리 조직위는 부랴부랴 그늘을 설치하고, 버스 30대를 동원해 참가자들을 인근 공원과 체육관 등으로 분산할 계획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직위가 뙤약볕을 ‘이겨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햇빛이 강한 낮 12시∼오후 5시에는 참가자들이 외부 활동을 최대한 자제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을 조언했다. 더위를 참기보다는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피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열질환은 말 그대로 높은 온도에 장시간 노출될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사병(열탈진), 열실신, 열경련과 열사병으로 진행된다. 우리 몸은 주변 온도가 높더라도 적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신경계가 피부 쪽으로 혈액량을 늘려서 바깥으로 열기를 발산하고 땀을 내 체온을 낮춘다.

이 과정에서 신체의 수분과 염분 균형이 깨지면 갈증을 넘어 어지럼증 메스꺼움 등을 느끼는데, 이게 열탈진이다. 열기를 발산하기 위해 체표면의 혈액량을 늘어나면,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부족해지면 정신을 잃는다. 이를 열실신이라고 한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면 허벅지 어깨 종아리 근육에 열경련이 일어나기도 한다.

온열질환 중에서 가장 심각한 단계인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아예 망가진 경우다. 땀을 흘리지 않고 40도 이상의 고열이 나고, 심한 두통, 오한, 저혈압, 잦은맥박 등을 보이고 심하면 의식을 잃는다. 김원영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증상이 있을 때 그늘로 쉴 수 있게 하면 충분히 사전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지만, 대규모 단체 활동은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열탈진 등의 경증 온열질환은 체온만 빨리 낮춰주면 증상이 대부분 곧 좋아진다”라며 “하지만 체온이 39도 이상으로 올라간 상태에서 의식이 흐려지면 최대한 빨리 무조건 119를 부르라”고 당부했다. 우리 몸은 열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신경계가 망가지기 전에 심부온도만 낮춰주면 금방 회복될 수 있지만, 중추신경계가 망가질 정도가 되면 체온을 낮추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이다.

2일 오전 열화상카메라로 촬영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제2합동청사 확장 건설현장 모습. 온도가 높은 부분은 붉게, 낮은 부분은 푸르게 표시된다.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뇌 손상’이다. 땀을 많이 배출해 혈액이 끈적해지며 순환이 잘 안돼 뇌혈관이 막힐 수 있다. 심부온도 상승에 따른 열성 뇌졸중(뇌경색, Heat stroke)인데, 의료계에선 이를 ‘뇌가 끓어오른다’고 표현한다.

김 교수는 “열사병으로 진행돼 병원에 이송된 환자들은 뇌 손상으로 사망하고, 사망하지 않더라도 영구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신경과 정인영 전문의도 “뇌세포는 몇 분만 혈액 공급이 중단되면 큰 손상을 입는다”며 “의식이 흐려지면 응급실로 곧바로 가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전문가들은 더운 여름 단체활동에는 철저한 폭염 대응 계획을 미리 준비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잼버리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의 응급의료 시스템이 수도권과 비교해 미흡한 것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부안에서 서울의 대형병원까지 앰뷸런스로 1시간 30분 정도면 환자를 이송할 수 있지만, 대회 참가 인원이 워낙 많고, 또 서울 도심 도로가 막혀버리면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할 대책도 없다.

잼버리 대회의 성격이 ‘도전’과 ‘성취’에 방점이 찍힌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김 교수는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열탈진 상태에서 증상을 느끼고 병원으로 오는데, 본인의 체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버티다가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참가 대원들이 온열질환이 열탈진이나 열사병까지 이르지 않고 사전에 회피할 수 있도록 증상을 안내하고, 응급처치하는 방법을 홍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자체에서 응급의료대응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잼버리대회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은 이번 주 내내 폭염이 예고돼 있다. 부안의 최고 기온은 전날(1일) 34도를 웃돌았으며, 이날 오후 1시 기준 33.8도를 기록했다. 특히 오는 3일은 최고 기온이 35도에 이른다는 예보가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잼버리 참가자 중 온열 질환자가 807명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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