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된 美... 아시아 증시 날벼락 [美 신용등급 12년만에 강등]

피치, AAA서 AA+로 하향
2011년 S&P가 낮춘 후 12년만
전세계 금융시장은 일제히 출렁
코스피 1.9% 닛케이 2.3% 하락

2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주식시세를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닛케이225지수는 전일에 비해 2.30% 급락한 3만2707.69로 마감됐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서울=홍창기 특파원 한영준 기자】 미국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또다시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것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세계 주요 주식시장은 일제히 하락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피치는 1일(현지시간) 미국의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내렸다.

피치는 앞으로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등의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밝혔다. 특히 피치는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맞서다가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가장 큰 이유라고 강조했다.

피치는 "오는 2025년 1월까지 부채한도를 유예하기로 한 지난 6월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의에도 여전히 재정과 부채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미국의 경제전망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세수 감소와 재정지출 증가 등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3.7%에서 2023년 6.3% 수준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도 2024년에 6.6%, 2025년에 6.9%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치는 "인구고령화와 의료비 상승으로 재정개혁이 없는 한 고령층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도 제기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AAA에서 AA+로 하향한 후 12년 만이다.

피치의 이번 조치로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등의 충격이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렸던 지난 2011년에는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충격이 없을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미국 은행 윌밍턴트러스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루크 틸리는 "피치의 미국 정부 신용등급 강등은 미국 정부의 신용도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아시아 증시는 휘청거렸다.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0% 내린 2616.47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대부분 부진했다.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6만9900원에 마감, 7만원 선 밑으로 추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3.18% 급락한 909.76에 마감됐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2.30% 하락한 3만2707.69로 장을 마쳤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89%)와 선전종합지수(-0.28%), 홍콩 항셍지수 역시 하락하며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충격을 피하지는 못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용평가사 피치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여파에 아시아 증시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지수 부담이 가중되고, 외국인 프로그램 순매도에 따른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심으로 급락했다"며 "특히 최근 급등했던 2차전지, 반도체 등 고평가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14.7원 오른 1298.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