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쏠림으로 불안한 코스피, 美 '기침'에 '몸살' [美 신용등급 12년만에 강등]
전문가 "단기충격 불가피"
코스닥 900선 붕괴 전망도
원·달러 환율은 14.7원 급등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어떤 이벤트가 와도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며 국내 증시의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문제는 美 신용등급 아닌 '韓 증시'
지난 1일(현지시간) 피치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향후 3년간 미국 재정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정부의 거버넌스(관리체계) 악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2011년 7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부채상한 위기를 반영, 'AAA'에서 'AA+'로 내린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한 달간 미국 S&P500지수는 12% 이상 하락했고, 10년물 국채 금리 역시 80bp(1bp=0.01%p) 넘게 떨어졌다. 미국이 받은 충격은 글로벌 증시 전체로 확산됐다. 코스피지수는 2011년 8월 1일 2172.27에서 9일 1801.35로 6거래일 만에 17% 추락했다.
그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단기충격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강등 발표 이후 미국의 주요 선물지수는 일제히 약세로 전환했다. 충격을 가장 먼저 받는 아시아 증시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국내 증시도 단기충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코스닥시장의 경우 2차전지 수급이 점차 빠지면서 900 선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라는 지적이 많다. 2차전지 관련주로의 '쏠림'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라 작은 이벤트에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지표가 좋아지고,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거시경제가 글로벌 증시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국내 증시가 펀더멘털 대비 고평가를 받고 있고, 종목 쏠림현상이 극복되지 않은 터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같은 이벤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번 사태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던 당시와는 매크로 환경이 다르다"며 "미국의 경기회복세는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S&P500 기준 올해 2·4분기를 저점으로 실적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미국의 부채 리스크가 단기간에 확산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시장 영향은 적을 것
원·달러 환율 등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관측됐다. 초단기적으로 원·달러 변동성이 확대될 수는 있으나 연말까지 환율이 1250원대에 머물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달러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위험 회피심리 영향으로 달러화 약세가 보일 수 있지만 일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양호한 성장이 확인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진한 유럽연합·중국 경기가 달러 선호로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경제도 불황형 흑자 수준이지만 2개월 연속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한 데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등에서 기저효과가 있기 때문에 원화 강세"라고 판단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몇 주 동안 환율이 조금 오를 수 있다"면서도 "달러 약세 기미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만큼 최소한 2~3년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달러인덱스도 102를 기록해 고점 대비 약 10% 하락했는데 최대 10%가량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의 원인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해소까지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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