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정파갈등, 테러 기승으로 갈수록 도탄에 빠지는 파키스탄 민생

이규화 2023. 8. 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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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카르카이버·파크쿤트와주(州) 바자우르에서 주민들이 전날 벌어진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의 관을 옮기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50여명의 희생자를 낸 파키스탄 테러 배후로 자처한 가운데, 올 가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추가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는 이번 자살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습니다. IS는 테러 발생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자신들의 통신 채널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폭탄조끼를 입은 IS 대원이 군중 한 가운데서 자폭했다"며 "이번 공격은 민주주의 정부에 맞선 우리의 지속적인 전쟁의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30일 파키스탄 서북부 카이버·파크툰크와주(州)에선 이슬람 강경파 정치 지도자들이 모인 집회를 겨냥한 자살폭탄 공격이 발생했습니다. 2일 현재까지 54명이 사망하고 약 20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카르카이버·파크쿤트와주 바자우르 주민들은 31일 자살 폭탄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들의 장례를 치렀습니다. 주민들은 테러가 일상화하는 파키스탄의 현실을 한탄했습니다.

이번 테러의 타깃이 됐던 집회는 총선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과 가까운 성직자이자 자미아트 울레마-에-이슬라미(JUIF) 정당 지도자인 마울라나 파즐루르 레만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연합뉴스가 현지 신문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파키스탄 신문 '돈'(DAWN)은 JUIF가 선거를 통해 이슬람 지배의 길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한편으론 '성전'이란 폭력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는 점에서 여느 테러단체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돈'은 파키스탄에서는 과거에도 정치적 모임에 대한 테러 공격으로 그 정당의 정치적 활동을 움츠러들게 해 결국 해당 정당이 정치판에서 사라지게 한 경우가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파키스탄 당국이 총선 준비를 본격화하면서 테러단체들이 '공포 전술'을 동원해 자신들의 존재감을 재 부각하려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총선은 오는 13일 국회가 예정대로 해산되면 60일 이내에 치르도록 돼 있습니다.

캐시미르 영유권 문제 등으로 파키스탄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인접국 인도의 매체들도 이번 테러와 관련한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힌두'는 1일 사설을 통해 탈레반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한 이후 파키스탄에서는 테러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TTP가 지난 1월 카이버·파크툰크와 주도 페샤와르의 한 이슬람 사원을 공격해 최소한 74명이 숨진 사건을 한 예로 들었습니다. 사설은 어떤 의미에서는 파키스탄이 자국의 지정학적 목표를 위해 수십 년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지지하는 전략을 써온 데 대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정치적 교착상태와 악화하는 경제상황으로 고심하는 파키스탄이 이제 TTP, IS와 맞서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파키스탄 당국이 테러세력을 진압함으로써 접경지역 진정이라는 일시적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영원한 평화'를 위해서는 파키스탄이 지정학적 이익을 감안해 이슬람 무장세력을 '착한 테러리스트'와 '나쁜 테러리스트'로 구분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또 다른 매체 '더트리뷴'도 사설에서 파키스탄 현 연정세력의 일부인 JUIF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주둔 소련군을 따라잡기로 결정한 후 손에 피를 묻혀왔다고 밝혔습니다. 사설은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중국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으며 근근이 생존하는 상황에서 이번 테러가 일어났다면서, 파키스탄 정치권과 군부가 각기 이익을 위해 다투고 있어 이 같은 금융지원이 비전 없는 파키스탄 지도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정파간 권력다툼과 테러의 기승으로 이래저래 파키스탄 민생은 갈수록 도탄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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