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 최고의 피서지, 선조들이 찾았던 여름 명당

2023. 8. 2. 18: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해운대 온천, 국내 해수욕·피서지 1위 꼽혀 조선시대부터 약물명소로 삼방약수·석왕사 서울 세검정서 과일 먹으며 여름더위 피해 '속리산' 괴산·노목·법주사 등 볼거리 다양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 피서(避暑)다. 그럼 어디가 가장 좋은 피서지일까.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어디로 피서 갔을지 궁금해진다. 100년 전 신문을 통해 당시의 유명 피서지를 찾아 본다.

매일신보는 1923년 7월 18일부터 연속해서 유명 피서지 8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제 초복(初伏)이 지나고 따라서 사람의 피와 땀을 짜내는 더위가 이제부터 정식으로 막을 열게 되었다. 금수강산 삼천리에 명소와 고적이 많은 우리 조선에서는 어느 곳에 가서 삼복(三伏)의 성염(盛炎)을 이길까. (중략) 정신 수양과 체력 단련에 힘쓰려는 여행을 즐기는 형제들에게 한 가지 참고가 될까 하여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 해운대(海雲臺)=서편에는 하늘에 닿은 듯한 장산(長山)을 끼고 동으로 일본해를 대하여 흰 모래 푸른 소나무 사이에 온천이 솟아오르는 해운대 온천은 참으로 국내의 유수한 피서·피한(避寒)과 해수욕의 1등이올시다. 동래 남문 전차 정류소로부터 동쪽으로 약 20리 되는 곳인데, 인력거와 마차는 물론이요 자동차가 연속 왕복하므로 20분이면 동래에서 갈 수 있습니다. 온천은 자래로 유명한 역사가 있은 즉, 다시 소개할 것도 없거니와, 근년에 해수욕의 설비도 완전하여 춘하추동에 모두 좋으니 여름 한 철에는 여행객이 끊일 사이가 없다 합디다. (1923년 7월 18일자)

◇ 삼방약수(三防藥水)=조선 사람의 약물(藥水) 좋아하는 것은 자래로 유명한 것인데, 삼방약물은 조선 약물 중에도 가장 이름이 높은 곳이외다. 그리하여 여름 한 철에는 남녀노소의 피서 겸 약물을 마시러 오는 이가 많던 곳인데 기차 개통 이후로는 더욱 교통의 편리로 널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삼방이란 곳은 조선 철도 중에 제일 고원지대가 되어 기후도 서늘하고, 유명한 삼방폭포는 작은 금강산이라는 명칭이 있는 것과 같이 기암괴석(奇巖怪石)에 수목(樹木)이 울창하고 은하(銀河) 같은 폭포가 비류직하(飛流直下)하여 세계적 개성을 가진 곳이외다. 피서와 탐승객에게는 매우 적당한 명소인 것을 기자가 장담합니다. (1923년 7월 19일자)

◇ 석왕사(釋王寺)=오늘은 삼방폭포에서 멀지 아니한 안변(安邊) 석왕사(釋王寺)를 소개합니다. 조선왕조 오백년 창업 지주로 유명한 태조 황제께서 일찍이 꿈을 얻으시니, 꽃이 떨어지고 거울이 깨지는지라, 무학을 찾으사 해몽하니 무학이 대답하되, "화락능성실(花落能成實)이요, 경파기무성(鏡破豈無聲)하여 꽃이 떨어지면 열매가 되고 거울이 깨지면 소리가 있으리니, 이는 제왕이 되실 몽조(夢兆)"라고 왕이 되실 것을 예언하였다 하여 석왕사의 이름이 생겼다 합니다. 고적 많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약물을 마시며 한여름을 보내는 것도 인간의 큰 행복일 것이외다. (1923년 7월 20일자)

◇ 탁열정(濯熱亭)=황해도의 수부(首部) 해주(海州)는 수양산(首陽山)을 등지고 앞으로는 용당포(龍塘浦)에 임하여 해서(海西)의 제일가는 이곳에는 수양산 아래로 광석천(廣石川)의 맑고 가는 내가 흐르고, 탁열정이라는 정자가 있습니다. 교통도 불편치 아니하여 인천에서 배로 가면 유명한 연평 바다를 지나 7~8시간에 용당포에 가게 되고, 경의선으로는 사리원에서 자동차로 가게 됩니다. 그리고 해주를 중심으로 사방에 온천이 많이 있으니, 신천온천(信川溫泉)과 평산온천(平山溫泉)은 자래로 국중(國中)에 명성이 높았으며, 근일에는 더욱 설비가 개량되어 여객에게 편리하다 합니다. (1923년 7월 21일자)

◇ 세검정(洗劍亭)=경성, 그 중에도 창의문(彰義門) 밖에 있는 세검정은 맑은 냇물과 서늘한 바람이 사람의 심장을 서늘케 하는 점에서, 더위를 모르는 별유천지(別有天地)라 하겠습니다. 계해년(癸亥年, 1623년)에 인조 대왕께서 반정의기(反正義旗)를 드실 때, 군사 회의를 하시던 곳이요, 경치도 비상하거니와 정자 뒤에는 소림사(小林寺)라는 암자가 있어서 식사에도 불편할 것이 없고, 그 부근은 과수가 많으므로 한층 실과(實果) 먹기에도 편리한 곳이올시다. (1923년 7월 24일자)

◇ 화양동(華陽洞)=충청북도는 자래로 산명수려(山明水麗)하여 도처에 명승지가 많습니다. 그 중에도 괴산군 청천면 화양동의 승경(勝景)은 인간의 별유천지로 조화옹(造化翁)의 신비한 수단에 놀라지 아니할 수 없는 곳이외다. 세 개의 내가 멀리 흘러와 산에는 송이가 향기롭고 물에는 생선이 살찐 곳이외다. 암서재(巖棲齋)와 채운암(彩雲庵)은 다 한 번 볼만한 곳이요, 청주로부터 우리 잇수(里數)로 60리 남짓한데, 인력거와 중간까지 자동차도 갑니다. (1923년 7월 25일자)

◇ 속리산(俗離山)=충청북도 보은군에 있는 속리산은 그 이름이 표시한 것과 같이 속간(俗間)을 떠나 있는 인간 선경(仙境)이라 할 곳인데, 조령(鳥嶺)의 분맥(分脈)으로 된 이 산은 과연 웅대(雄大) 심수(深水)할 뿐 아니라 괴석(怪石) 노목(老木)이 많고 산 중의 법주사(法住寺)는 신라 시대의 창립으로 1천여 년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충북 전도(全道) 사찰의 본사가 되며 승려도 수백 명이 있습니다. 삼하(三夏)의 성염(盛炎)을 속간과 떠나 있는 명산(名山) 중에 들어가 보내는 것은 수양에 큰 이익이 될 것이외다. (1923년 7월 26일자)

◇ 단양(丹陽) 도담(島潭)=조선의 명승지를 말하면 누구나 손가락을 먼저 꼽는 곳은 금강산이외다. 그런데 이 금강산 다음하여 산수의 승개(勝塏)를 갖춘 곳은 충북 내사군(內四郡)이라 하겠습니다. 그 내사군은 영춘(永春), 단양(丹陽), 청풍(淸風), 제천(堤川)을 가리키는 것인데, 강원도 오대산(五臺山)으로부터 발원한 한강의 상류가 네 곳을 관통하여 흘러옵니다. 그 연안에는 여러가지 기이하고 웅대한 절경(絶景)이 많이 있지마는 특별히 단양의 도담은 더욱 절등(絶等)한 명소올시다. 맑고 깊은 강 속에 세 개의 작은 산이 돌출하고 그 위에 노송(老松)이 있으며 경개가 비상한 것은 붓으로 그릴 수 없습니다." (1923년 7월 29일자)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처럼 꿈에서라도 여름 피서를 떠나보자. 부산 해운대를 거쳐 단양 도담을 구경하고 속리산에 가서 법주사도 보고, 화양동으로 넘어가 살찐 생선도 맛보고, 서울로 올라와 세검정에서 과일도 실컷 먹고, 다시 힘을 내 인천에서 배를 타고 연평 바다를 지나 해주 탁열정을 들렀다가, 안변 석왕사에서 태조 이성계와 같이 큰 꿈도 한 번 꾸어보자. 삼방폭포 아래서 약수를 마시며 한여름의 더위를 잊어보면 어떨까.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