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초단타…반대매매 비상등
투자자들 테마주 추종매매에 증시 급등락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초단타' 매매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에코프로·포스코홀딩스 등 2차전지 기업에 극단적 '쏠림 현상'이 나타나며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자 마치 코인에 투자하듯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파는 현상이 늘고 있다. 증시가 투기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국내 증시에서 미수금은 773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튿날에도 7290억원으로 연 이틀 기록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미수금은 2거래일 후 갚아야 반대매매를 당하지 않는 초단기 대출을 가리킨다.
올해 1월 말만 해도 미수금은 1800억원대에 그쳤으니 반년 새 4배 넘게 급등한 셈이다. 통상 미수금 증거금률은 40%이기 때문에 '2.5배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차액결제거래(CFD) 규제가 강화된 뒤 레버리지 거래 수요가 미수 거래로 이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2차전지 관련주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던 지난달 초부터 잔액이 대폭 늘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틀간 6%가량 하락했던 코스닥지수는 이후 이틀간 6% 반등하는 극단적 변동성을 보였다. 2일에도 3.18% 폭락하면서 초단타 투자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 종목 토론방이나 온라인 카페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출처가 불분명한 투자전략과 수익 인증이 일상화되면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수 거래가 증가했다는 것은 회전율이 높은 초단기성 레버리지 거래가 늘었다는 의미"라며 "급등주에 대한 시세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거래일 포함 3일 동안 미수대금을 정산하지 않으면 사흘이 지난 후 증권사는 주식을 개장 전 동시호가에 강제 처분한다. 반대매매를 막으려면 개인들은 주식이 하락해 손해를 보더라도 당일 매도를 할 수밖에 없다.실제로 주식 투자자들의 회전율은 연령대와 상관없이 연초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분석한 결과 보수적이라는 60대 이상 투자자들의 회전율까지도 지난 1월 10.9%에서 7월엔 16.6%로 확대됐다. 초단타 매매가 일상이 되면서 대형주 중심인 코스피마저 롤러코스터를 타는 지경이다. 전날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코스피는 이날 하루 만에 1.9% 하락세로 돌아섰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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