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큰손' 블랙록 조사…"안보위협 中기업에 투자"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8.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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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글로벌 금융지표 개발회사인 MSCI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 투자를 촉진했다는 의혹으로 미국 의회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별위원회는 전날 블랙록과 MSCI에 서한을 보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조사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미국 하원 특위는 서한에서 "미국 자본이 대거 유출돼 중국 기업에 들어가면서 국가 안보를 약화하며 미국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랙록과 MSCI와 관련해 "중국군 현대화와 인권 탄압에 연관된 중국 기업 60곳 이상에 미국 자본이 흘러가도록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 하원은 사전 조사 결과 블랙록의 5개 펀드에서 중국 문제 기업에 투자한 금액이 4억2900만달러(약 55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하원은 이번 투자 대상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통신업체 ZTE나 전투기 제조업체 중국항공공업집단유한공사(AVIC) 등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의회 본조사가 개시되면 중국 기업으로 유입된 미국 자본 규모가 더 많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하원은 서한에서 블랙록과 MSCI가 중국 기업의 미국 수출통제 명단에 포함되는지 또는 국가 안보, 인권 등의 문제를 고려해 투자를 결정하는지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블랙록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약 9조달러를 굴리고 있다. MSCI는 전 세계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주가지수를 개발하는 금융회사다.

미국 하원은 블랙록과 MSCI의 자체적인 의사결정으로 미국 투자자가 무의식적으로 자국 이익에 반하는 중국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고 우려했다.

MSCI는 2018년 중국 본토 주식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신흥시장 지수를 재조정해 글로벌 자금의 중국 유입을 촉발했다고 평가받는다.

블랙록은 미국 하원 특위 조사 방침과 관련해 "블랙록은 중국과 전 세계 투자에서 미국 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미·중 전략경쟁특위가 제기하는 이슈에 지속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MSCI는 "위원회 요청 사항을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에 대한 논평에서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고 경제·무역·투자를 정치화하는 것은 시장경제와 국제무역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시장에서도 수많은 금융사 가운데 MSCI와 블랙록이 왜 조사 대상이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베타파이의 토드 로즌블러스 리서치책임자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 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를 우려한다면 유사한 지수를 추종하는 모든 펀드를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중 전략경쟁특위는 초당적 지지를 얻어 올해 초 미국 하원에 설치됐다. 특위는 입법 권한은 없지만 특정 이슈와 관련해 청문회 개최 권한을 갖는다. 특위는 지난 7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벤처캐피털의 중국 첨단기술 투자에 대한 조사에도 착수한 바 있다.

이번 미국 하원의 조사 방침으로 미국의 대중 패권 전쟁이 반도체 같은 첨단기술 수출통제에 이어 자본 투자 금지로 범위를 넓혀가는 양상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양자컴퓨터 분야에 미국 기업의 역외(아웃바운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사까지 미·중 갈등 소용돌이에 본격적으로 휘말리고 있어서다.

WSJ는 "한때 미·중 간 사업 관계를 지지했던 백악관과 미국 의회의 생각이 변했다"며 "일부 투자 행위를 미국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연일 중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중국은 이날부터 반도체용 희귀 금속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통제에 나서며 자원 무기화로 맞대응하고 있다.

[워싱턴 강계만 특파원 / 서울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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