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윤정부에 안민가 부를 충신은 없나

한겨레 2023. 8. 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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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민선 | 차문화 연구소장

‘안민가’(安民歌)는 백성을 편안히 다스리라는 향가다. ‘삼국유사’ 기이(紀異) 편 경덕왕·충담사·표훈대덕조를 보면, 경덕왕 재위 마지막 해인 24년(765)에 왕이 ‘찬기파랑가’(讚耆婆郞歌)를 지은 충담 스님에게 부탁해 지은 것이다.

왕이 경주 귀정문 누각에 올라 신하들에게 영복승(뜻과 예절을 갖춘 승려)을 데려오라고 했다. 신하들이 깨끗하게 잘 차려입은 승려를 데려오자 왕은 백성을 영화롭게 할 영승이 아니라고 돌려보냈다. 마침 이때 누더기옷을 입고 앵통(대나무통)을 진 다른 승려가 남쪽에서 걸어오자, 왕이 그 승려를 기뻐하며 맞았다. 왕이 이름을 물으니 충담이라고 했다. 충담은 남산 삼화령의 미륵세존불께 차를 올리고 오는 길이었다. 왕은 충담에게 차를 요청했다. 충담이 우린 차는 맛과 향기가 신기했다. 왕은 차를 마시면서 자신을 위해서 백성을 편안히 다스릴 수 있도록 한 수를 부탁하자 충담은 즉석에서 안민가를 지어 올렸다.

“왕은 아버지와 같고 신하는 어머니와 같고 백성은 어린아이와 같으니,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백성은 백성다우면 나라가 태평하다.” 각기 자기 본분을 다하면 나라와 백성이 편안하다는 것이다. 그와 달리 임금, 신하, 백성이 각자답지 못하면 백성이 나라를 떠난다. 나라가 태평하지 못하면 임금에게 책임을 꾸짖어 묻고,백성을 위해 어려운 일을 실행하도록 해 백성을 편안하게 하라는 노래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어떤가? 윤석열 정부는 잘못 가고 있음을 지적하면 그릇됨을 고치거나 바로잡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괴담이자 선동이라고 여론을 몰아가기 일쑤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취임 시작부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미 의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뒷말로 비하하더니 ‘날리면’이라 말했다고 얼버무리질 않나, 이태원 참사로 159명의 젊은이가 세상을 떠났는데도 이 정부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밖에도 간호법 공약을 파괴하고, 건설노조를 탄압해 양희동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았는가 하면, 일본의 위안부 사과 문제는 건너뛰고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지지하고 있다. 학교 폭력 가해자 아버지이며 이명박 정권 때 방송 장악을 시도하였던 이동관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해 방송 장악을 기도하는가 하면, 국어 교육의 불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일일이 거론하기도 부끄럽다.

최근 들어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 의혹을 사는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추진이 들통나자 모든 게 야당 책임이라면서 오랫동안 준비한 국책사업을 일개 국토부 장관 입으로 백지화한다며 겁박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때 언급한 “우리 정부는 반 이권 카르텔 정부”라는 다짐이 무색하다.

무엇보다 외교는 자국의 이익과 국민의 안위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핵 오염수 방류가 무해하다며 일본 정부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 오염수 방류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환경 안보에 치명적이며, 후손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일본이 핵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면 왜 일본 땅에 버리지 않고 공유지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겠는가? 만약 일본이 방류한다면 앞으로 다른 국가에서도 일본의 전례를 들어 방류하게 될 것이다. 사태가 이러한데도 윤석열 정부는 방류가 과학이라며 일본을 지지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도 함부로 해 중국인의 반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 전국이 물난리일 때 김건희 여사는 해외 순방길에 명품 쇼핑을 해 언론에 오르내렸다.

더욱 개탄스러운 일은 장관이나 여당 대표, 국민의힘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바른 국정운영을 위해 대통령에게 충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1년이 넘도록 철저히 야당을 배제하고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정운영에 방해되는 일이라고 생각되면 압수수색으로 일관하고 자신들의 비리는 맹탕 수사로 대충 넘긴다는 것이다. 군사정권 시절보다 더 참담한 ‘깡패 행보’다. 참으로 개탄스럽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통령(大統領)이란 ‘크게 거느리는 자리’라는 의미다. 소수집단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크고 작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해 국민이 편안하게 살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고 국민을 호도하면서 ‘이 정도야 괜찮지’라는 생각으로 국정을 운영해서는 곤란하다. 윤 대통령과 정부 관료, 국회의원들은 차 한 잔 기울이면서 맑은 마음으로 본분을 생각하기 바란다. 그들 가운데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장관은 장관답게’ 본분을 찾으라고, 안민가를 부를 충신은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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