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꼼수로 '검수원복' 나선 법무부,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민주언론시민연합 2023. 8. 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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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는 공통적으로 이번 개정안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축소된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이 복원된다고 평가했지만, 법무부의 시행령 꼼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검찰 공화국을 강화하는 법무부의 시행령 꼼수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시행령 꼼수를 통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검찰권 비대화에 앞장서는 법무부의 일방통행을 언론은 견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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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 모니터 보고서]

[미디어오늘 민주언론시민연합]

법무부가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법무부는 2021년 '수사권 조정'에 따른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등 부작용, 2022년 '검수완박법'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에 따른 국민보호 공백 개선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수사기관 고소·고발 접수 의무 부과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재수사 요청에 대한 경찰의 수사기한·시한설정 △보완수사 검·경 분담 △경찰 재수사 요청 불이행 시 검사 사건송치 종결 등 검찰의 수사 권한을 강화하고 복원하는 방안을 담았습니다. 수사준칙은 대통령령으로 국무회의를 통해 효력이 발휘되는데요. 문재인 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시행된 수사준칙을 불과 1년 만에 시행령을 통해 복구하는 이번 개정안은 국민 혼란의 야기하고 국회를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감추고 싶은 시행령 꼼수, 조선·중앙 10면 배치

▲ 8월1일, 법무부 '검수원복' 시행령 꼼수에 대한 신문 보도. 표=민주언론시민연합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고 검찰의 수사권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대다수 신문은 1면에 소식을 전하며 주요 이슈로 다뤘습니다. 특히 경향신문 <또 검찰수사권 강화 '시행령 통치'>(이보라·강연주·이혜리 기자)와 한겨레 <또 시행령 꼼수… '검찰 수사권' 더 넓혔다>(이재호·전광준 기자)는 1면 머리기사로 배치하며 '시행령 통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는데요. 법무부가 사건처리 지연 해소를 명분으로 들었지만,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사실상 제한하는 것으로 모법인 '검찰 수사권 축소법'(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반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 <검찰이 재수사 요청하면 경찰 3개월내 이행… 수사 지연 줄인다>(허욱·이민준 기자)와 중앙일보 <검찰도 보완수사 참여, 경찰의 수사종결권 축소한다>(김철웅 기자)는 '수사 지연 축소', '보완수사 참여' 등 법무부가 발표한 개정안의 긍정적인 효과를 제목으로 뽑았는데요. 그런데 두 신문 모두 눈에 덜 띄는 10면 하단에 기사를 배치하고, 법무부와 검찰의 입장만 나열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더 뒤쪽인 25면에 <경찰 '보완수사' 안 하면 검이 직접 한다>(권용훈 기자)를 배치하고, 작은 제목으로 “한동훈표 '검수원복' 시동”을 달았는데요.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는 공통적으로 이번 개정안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법' 시행으로 축소된 검찰의 직접 수사권한이 복원된다고 평가했지만, 법무부의 시행령 꼼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신문은 주요한 이슈일수록 앞쪽에 배치하고, 보도량을 늘려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번 개정안이 수사 지연을 축소하고 부실 수사의 부작용을 줄여 국민보호 공백을 개선하기 위한 효과적 방안이었다면, 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경제는 지면 앞쪽에 배치해 주요 이슈로 부각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 언론은 뒤쪽 지면에 1건씩 보도하는 수준에 그쳤는데요. 검찰 공화국을 강화하는 법무부의 시행령 꼼수 문제를 이슈화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6월20일 국회 법사위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헌재 판결과 국회 입법권 무시한 '시행령 정치'

반면, 경향신문·동아일보·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이번 시행령의 문제점을 소상히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 <사설-이번엔 법무부 수사준칙 통한 '검수원복' 꼼수>는 윤석열 정부의 “하위 명령·규칙 개정을 통해 상위 법률을 무력화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번 개정안으로 검찰이 보완수사에서 “무제한적으로 수사할 수 있게” 됐으며, “사실상 모든 경찰 사건에 대한 송치 요구권”을 갖게 돼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무력화된다”고 짚었습니다. 법무부가 “검수완박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침해당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 쟁의 심판을 냈지만 기각”됐던 과거도 언급했는데요. “우리나라 검찰만큼 자체 수사관을 많이 거느리고 많은 범죄를 직접 수사하는 나라가 없다”며 “대통령령이나 수사준칙으로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꾀하는 것이야말로 꼼수이며 그 자체로 법치 위반”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검찰권 강화한 수사준칙 개정, '검찰국가' 역주행 멈춰야>도 “노골적인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도”라며 “검찰의 수사권 독점·남용을 막기 위해 만든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검경 수사권 조정법) 입법 취지와 명백히 어긋”나고 “국회가 만든 법률을 하위 규정인 시행령을 고쳐 우회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어느 부처보다 앞장서서 법을 지켜야 할 법무부가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제멋대로 해석하려는 시도”를 삼가라며 “윤석열 정부는 검찰 국가로의 역주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 수사 지연 해결책은 '경찰력' 보강

법무부는 사건처리 지연 해소를 이유로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고 하지만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이 아닌 경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 언론이 여럿입니다.

한겨레 <사설-또 '시행령 꼼수'로 검찰 수사권 확대하려는 법무부>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단계에서 수사기간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부작용은 경찰의 수사역량 강화로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며 “굳이 검찰의 경찰수사 지휘 권한을 수사권 조정 이전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식을 택한 것은 '국민 편익'을 앞세운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일으킨다”고 짚었습니다. 동아일보도 앞서 사설에서 “근본적인 해결은 검수완박법 시행 이후 한계에 도달한 경찰 수사력을 보강하는 것이지, 검찰 직접수사 범위의 제한을 사실상 풀어버리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 출신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매일경제 <일선 경찰 “수사권은 축소되고 업무량만 급증할 것”>(강영운·위지혜 기자)에서 “국민의 합리적 이성과 검경 상호 존중으로 범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에도 “'검찰 수사만이 민생과 서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선민의식과 엘리트의식에 젖어 사회적 부작용과 희생”엔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 권한 확대만 관철한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수사 지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력을 강화해 사건 처리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면 됩니다. 검찰 권한을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은 제대로 된 처방이 아닌 검찰 제일주의에 기반한 편향적 선택에 불과합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태극기와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연합뉴스

1년 만에 돌아온 '검수원복', 다시 '검찰공화국'

2022년 6월27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은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헌법에서 부여한 검사의 수사권·기소권이 침해됐다”며 국회를 상대로 권한침해 확인 및 법률안 무효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23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법무부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고, 검사들은 권한침해 가능성이 없다”며 청구를 각하했는데요. 헌재는 검찰 수사권은 '헌법상 권한'이 아닌 '법률상 권한'이며, 국회가 입법을 통해 수사·기소의 권한을 조정·배분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헌재 결정에 대한 반성도 없이 오히려 검찰의 권한을 확대하는 꼼수 시행령을 또다시 들고나온 것입니다. 법무부는 2022년 8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검찰의 수사 개시 대상을 확대했고, 이번엔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해 수사 종결 대상을 확대해 검찰이 수사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이런 검찰의 수사권 원상 복구는 수사·기소를 분리해 형사사법 절차의 견제와 균형을강화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무력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뉴스핌 <윤정부 1년-검찰 출신, 정부 요직·사기업 임원 자리 꿰찼다>(5월10일 김신영 기자)는 참여연대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 검찰 출신 현황>(3월13일 기준)에 따르면, “윤 정부 주요 직위에 임명된 검찰 출신은 136명(법무부에 소속·파견된 검사 41명)”에 이르고, 외부기관 파견 검사도 “2022년 9월까지 50명”으로 집계된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 출신의 사기업 진출 또한 급증”해 “윤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취업 승인을 받은 검찰 출신(검찰청 검찰직 공무원·법무부 소속 검사 포함)은 58명”으로 “검찰 출신 전면 배치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검찰이 주요 요직을 장악하고, 수사·기소권을 확대하는 등 권한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검찰공화국이라 불리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권력에 대한 언론의 적극적 감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시행령 꼼수를 통해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검찰권 비대화에 앞장서는 법무부의 일방통행을 언론은 견제해야 합니다. 언론이 검찰의 편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감춘다면, 언론의 권력감시 역할을 믿고 지켜볼 국민은 없을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8월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 빅카인즈에서 '법무부 '경찰 권한 축소' 수사준칙 개정 추진'로 검색한 보도

※ 미디어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를 제휴해 게재하고 있습니다. 해당 글은 미디어오늘 보도 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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