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 김호중‧안성훈의 인성이 내 삶 바꿨다” [+영상]
● 대구까지 휩쓸던 안동 스쿨밴드 ‘전화박스’ 보컬 출신
● MBC 공채 개그맨 데뷔, 뒤늦게 ‘일진샘’으로 인기 역주행
● 김호중‧안성훈은 귀인, 동생들이지만 배울 점 많아
[+영상] '개가수' 영기가 평가한 '절친' 김호중, 안성훈 인성은?
[+영상] 일진샘 출신 '떴다 떴어' 영기 "개가수는 내 운명, 영기흥신소의 정체는?"
연예계에서 유일하게 '개가수(개그맨+가수)'라 불리는 이가 있다. '동네오빠'에 이어 '떴다 떴어'라는 신곡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트로트 가수 영기(본명 권영기)다. 그가 개가수임을 자처하는 것은 언제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개그맨으로 무대에 설 준비가 돼 있어서다.
"남에게 웃음을 주면서 행복을 느낍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중학교 시절엔 게임으로, 고교 시절엔 '전화박스'라는 이름의 스쿨밴드로 이름을 날렸다. 교내뿐 아니라 그의 고향 안동을 넘어 대구에서 열리는 대학 축제에나 행사에까지 초청될 정도였다.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아 전교회장이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개그맨이었다.
대학교에 들어가 1년도 안 돼 그만둔 것도 더 빨리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대학로에서 개그맨 선배들의 실전 테스트를 어깨 너머로 관찰하며 서너 번의 낙방 끝에 MBC 공채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다.
결혼식 사회 '알바'로 생활고 견뎌
남보다 빨리 공채 개그맨이 됐지만 개그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없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SBS로 적을 옮긴 이후에도 사정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순발력 좋고 아이디어가 많은 개그맨'으로 인정받았지만 개그맨만 해서는 생활이 불가능했다. 닥치는 대로 결혼식 사회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결혼식 사회를 1000회는 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다양한 노하우를 터득했죠. 하객을 웃기는 방법은 간단해요. 일례로 '누구누구의 제1회 결혼식을 진행하겠습니다' 하고 '제1회'라는 말만 넣으면 시작부터 빵빵 터져요. 축가가 없으면 축가도 불러드렸어요. 만족도가 높죠(웃음)."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의 '김지영의 트롯토피아' 시리즈 게스트로 출연한 영기의 순발력은 듣던 대로 뛰어났다. 그가 출연한 '일진샘'이라는 개그 코너가 유튜브에서 역주행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유를 알만했다. 순발력을 타고났는지 묻자 "부단한 연습의 결실"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개그맨 활동의 기로에 섰을 때 우연히 출연한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이 삶의 전환점이 됐다. 최종 7인에 들진 못했지만 경연 과정에서 얻은 인기 덕에 가수로 데뷔할 수 있었다. 개그맨으로 활동하며 몸에 밴 순발력과 유머 감각은 가수 영기의 독보적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어떤 무대에서든 청중을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 덕분에 그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그를 따라다니는 '에너지 전도사'라는 애칭도 생겼다.
"경연 프로그램 덕에 정말 바빠졌어요. 몸은 피고나지만 설 무대가 있다는 것, 나를 반기는 팬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떼인 흥 찾아주는 '영기흥신소' 든든
영기의 공식 팬카페 이름은 '영기흥신소'다. 떼인 흥을 찾아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팬카페 회원 중에는 스쿨밴드 전화박스 시절부터 그를 응원한 팬도 있다고 한다. 경연 프로그램으로 얻은 것은 인기만이 아니다.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일깨워주는 '귀인'을 만났다. 영기는 같은 소속사 식구이자 동생인 트로트 가수 김호중과 안성훈을 귀인이라고 표현했다."두 사람 모두 배울 점이 참 많아요. 노래를 잘하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바고, 인성 또한 훌륭해요. 호중이는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 먼저 수저를 든 적이 없어요.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서 따라해 봤는데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한결 같아요. 출출할 때 떡볶이 먹는 습관도 한결같고요. 성훈이는 선함 그 자체예요. 두 사람을 만난 후 삶의 태도가 바뀌었어요. 그러니 귀인이라고 할 수밖에요."
개가수로서 포부를 묻자 영기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입을 열었다.
"거창한 바람은 없어요. 그저 앞으로도 '개가수'라는 타이틀을 지키며 많은 이들에게 소소한 웃음과 행복을 주는 에너지 전도사로 살고 싶어요."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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