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대규모 횡령사고 … 경남銀, 순환근무 원칙도 안지켜
작년 우리은행 사태와 판박이
실적좋다고 15년간 동일업무
전문적인 PF대출 교묘히 활용
자체 정기검사로도 적발못해
당국 "내부통제 책임 물을것"
경남은행의 횡령 사건은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건과 유사점이 많다.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기업·투자금융 분야에서 벌어져 적발이 쉽지 않고, 사업별 취급 액수가 커서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실적이 좋다는 이유로 횡령 직원이 장기간 해당 부서에서 일했던 것도 공통점이다. 우리은행 사건 이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에 전력투구하는 와중에 비슷한 사건이 적발돼 은행권에서 자체 검사 시스템 재정비가 이뤄질 전망이다.
2일 경남은행에 따르면 이번 횡령 사건은 최근 부동산 시장 불황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하던 중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이후 경남은행 검사부에서 자체 조사를 통해 77억9000만원에 대한 불법 행위를 확인했다.
경남은행이 최초 신고한 77억9000만원 횡령은 부실화된 PF대출(1건, 169억원)의 상환 원리금을 가족 계좌 등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미 부실 처리된 PF대출에 대해서는 상환 금액 관리가 허술하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점검하는 과정에서 484억원이 추가로 적발됐다. 가장 많은 액수를 횡령한 방식은 차주(PF 시행사) 명의로 서류를 위조해 허위로 PF대출을 받은 것이다. 횡령 직원은 두 차례에 걸쳐 이 같은 방식으로 총 326억원을 횡령했다. PF대출 상환 자금 158억원을 상환 처리하지 않고 자신이 담당했던 다른 PF대출 상환에 유용한 일도 적발됐다.
이번 사건에서 현재까지 발견된 피해 규모는 562억원으로 우리은행 횡령 사건(697억원)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다른 은행 횡령 사건들은 규모가 커야 10억원 안팎인데, 두 사건의 액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일반적인 횡령 사건이 개인대출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반면 우리은행 사건은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횡령한 것이고, 경남은행 사건은 취급 단위가 큰 PF대출을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우리은행 사건 이후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올해 횡령 직원을 창원 소재 본사의 투자금융기획부로 이동시켰다. 이전까지 횡령 직원은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횡령 직원이 투자금융부에서 15년간 근무한 이유는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다. 보통 한 부서에서 5년 근무하면 이동하지만 이보다 길게 있는 경우도 있다"며 "대출을 직접 다루는 부서에 오래 뒀던 것 자체가 문제가 된 것 같다"고 전했다.
횡령이 이뤄졌던 기간에 경남은행이 자체적으로 정기검사를 실시했지만 횡령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대출 업무가 굉장히 전문적인 데다가 수법이 교묘해 정기검사에서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횡령 액수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른 횡령의 '돌려막기'에 사용된 점은 우리은행 사건과 차이가 있다. 우리은행 사건의 경우 이란에 대한 금융제재로 묶여 있는 돈이 횡령됐다. 어차피 운용할 수 없고 업무 관계자도 적어 장기간 관심에서 멀어진 자금이었다. 그러나 경남은행 사건의 경우 명의를 도용당하거나 상환금을 편취당한 국내 PF 시행사들이 있어 횡령 직원이 계속 상환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경남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금감원에서 현장검사에 착수했을 당시 이미 횡령 직원은 종적을 감추고 현재 열흘이 넘도록 행방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장기 근무자에 대한 순환 인사 원칙 배제, 고위험 업무에 대한 직무 미분리, 거액 입출금 등 중요 사항 점검 미흡 등 기본적인 내부통제가 작동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며 "내부통제 실패에 책임이 있는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단호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명지예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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