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민 “‘특수교사 고소’ 뼈아프게 후회, 아내와 탄원서 제출하겠다”

2023. 8. 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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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에서 충격 가누기 어려운 말 들어”
“선생님 처벌받고 직위해제 바랐던 것 아니었다”
주호민 웹툰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신의 자폐 성향 자녀를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무리하게 신고했다는 논란에 대해 재차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이후 두 번째다.

주 작가는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 '주호민'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주 작가는 "며칠간 저희 가족에 관한 보도들로 인해 많은 분들에게 혼란과 피로감을 드렸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무엇보다 저희 아이에게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은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님, 모든 특수교사들, 발달 장애 아동 부모님들에게 실망과 부담을 드린 점은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주 작가는 "계속 쏟아지는 보도와 여러 말에 대한 저희 생각과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 전 우선 상대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9월1일 만남을 청했다. 대리인은 지금 만나는 것보다 우선 저희 입장을 공개해주시면 내용을 확인한 후 만남을 결정하겠다고 했다"고 했다.

주호민 웹툰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주 작가는 아이에 대해 "저희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고 인지 언어 능력이 5세 수준이어서 한 해 늦게 입학했다"며 "현재 3학년이지만 나이는 11살이다. 보도된 사건은 2학년 10살 때 일"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 9월 저희 아이가 일반 학급에 있는 동안 같은 반 여아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했다. 사실을 알게 된 즉시 여아 부모님에게 바로 전화로 사과했다"며 "저희 아이의 행동으로 상대 부모님은 분리 조치를 원했다. 2주 가량 맞춤반(특수학급)으로 분리조치됐다. 상대 부모님께서는 처음에는 사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셨지만, 학교 회의를 통해 '지도사가 없는 시간은 맞춤반에 가있는다'는 조치에 동의해 사과를 받아주셨다"고 했다.

주 작가는 성교육 강사 요구 건을 놓곤 "맞춤반 교사께서 성교육 교사를 모셔야하는데 급하게 구하려니 어렵다는 말을 듣고 아이 엄마가 SNS에서 활동하는 분을 찾아 추천해드렸고, 고맙다고 하셨다"며 "이후 섭외는 학교에서 진행했다.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분리 조치를 빨리 끝내고 복귀했으면 하는 조급함에서 한 일이지만 특정 강사 요구나 교체 요구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녹음기 논란'에 대해선 "연휴 기간 평소에는 같은 반 아이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갔는데 멀리 떨어져 가까이 가려고 하지 않고 배변 실수가 잦아져 바지를 십수번 갈아입혀야 했다. 그러다 다시 등교하는 날 등교 거부 반응을 강하게 보이는 아이를 보고 행여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가'하고 무척 걱정됐다"며 "또래보다 인지력이 부족하고 정상적 소통이 불가능한 장애 아이인지라 부모가 없는 곳에서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 요인을 경험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서 빨리 교정하고 보호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확인할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간 어린이집이나 특수학교의 학대 사건들에서 녹음으로 학대 사실을 적발했던 보도를 봤던 터라 이것이 비난 받을 일이라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며 "이상행동이 계속돼 딱 하루 녹음기를 가방에 넣어 보냈고, 불안 증세를 일으키는 어떤 외부 요인이 있는지 확인했는데 그 하루 동안의 녹음에서 충격을 가누기 어려운 말을 듣게 됐다"고 했다.

주호민 웹툰작가 인스타그램 캡처

주 작가는 "아이의 부적절한 행동을 교정하려고 노력했고, 그러면 다시 일반학급에 갈 수 있다고 가르친 저희는 교사가 아이에게 너는 아예 돌아갈 수 없다,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다고 단정하는 말도 가슴 아팠지만, 그것이 이 행동을 교정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엄하게 가르쳐 훈육하는 의도의 어조가 아닌, 다분히 감정적으로 너는 못 가라며 단정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받았다"며 "감정적 어조의 말들에서 교사는 아이 이름 대신 야, 너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이것이 훈육 차원이 아니라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가장 힘들었던 대목은 아이에게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부분이었다. 녹음 속 아이는 침묵하거나 반사적으로 '네'를 반복하며 그 말을 받아내고 있었다"며 "당시 들었던 생각은 아이를 이 교사와 분리해야 한다는 것 하나였다"고 했다.

그는 "전관 변호인단, 호화변호인단, 변호사 5명 선임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주 작가는 "상대 부모에게는 용서를 받고 왜 교사는 용서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많이 봤다. 모두 뼈아프게 후회한다"며 "지나고 나면 보이는 일들이 오직 아이의 안정만 생각하며 서 있던 사건의 복판에서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교사 면담을 신청했다가 취소한 건 바로 고소를 하려던 게 아니라 상대 교사를 대면해 차분히 이야기를 풀어갈 자신이 없는 상태에서 만났다가 외려 더 나쁜 상황이 될까 하는 우려에서였다"며 "우선 대면은 피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주 작가는 "교장실에서 구두로 내용을 자세히 설명드리고 교사가 교체되기를 원한다고 말씀드렸다"며 "교장선생님은 교사의 교체는 신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했다. 당시 결국에는 학대 혐의로 고소를 해야 교사와 분리될 수 있다는 것만이 저희에게 남은 선택지였다"고 했다.

주 작가는 "저희는 선생님이 처벌 받고 직위해제가 되기를 바랐던 건 아니었다. 당시 어리석게도 막연히 이렇게 고소를 하면 중재가 이뤄지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었다"며 "재판으로 다투게 되면 상대 교사에게도 큰 고통과 어려움이 될텐데 한 사람 인생을 재판을 통해 끝장내겠다는 생각은 결단코 한 적 없다"고 했다.

그는 "재판정에서 상대 교사는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를 혼잣말이었다고 주장했고, 사과보다 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신 것으로 보였다. 사과가 곧 유죄 증거가 될 수 있으니 섣불리 사과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아이 엄마는 상대 교사에게 사과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처벌을 원하느냐는 물음에 잠시 망설이다가 '네'라고 말한 것"이라고 했다.

주 작가는 "아내와 상의해 상대 선생님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서로 만나지 못한 채 재판에 들어가고 나서야 상대 교사의 입장을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며 "저희는 경위서를 통해 교사의 처지를 처음 알았다. 직위해제 조치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교사 삶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 책임감을 느낀다. 여기까지와버렸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해결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주 작가는 "며칠동안 저희 아이의 신상이나 증상이 무차별적으로 여과 없이 공개되고, 10살 짜리 자폐 아이를 성에 매몰된 본능에 따른 행위를 하는 동물처럼 묘사하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며 "부모로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저에 대한 자극적 보도는 감내할 수 있지만, 이것만은 멈춰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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