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섬유로 가스누출·질병 포착 소부장 스타트업 성공신화 도전
한양이엔지·원익서 전략 투자
'가스 누출 센서, 빨아 쓰는 마스크, 질병 진단키트'. 언뜻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이 셋을 하나로 엮는 연결고리가 있다. 바로 '나노섬유'다
김일두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사진)는 "과학 실험을 할 때 사용했던 '리트머스종이'를 생각하면 쉽다"며 "유해가스가 닿으면 나노섬유에 있는 물질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색이 변하고, 이를 통해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나노섬유 전문가인 그가 가스 누출 센서 '옵텍트'를 개발하고 소재 스타트업 '아이디케이랩'을 설립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나노섬유를 활용한 '빨아 쓰는 마스크'를 제조해 공급하기도 했다. 나노섬유를 활용한 미세필터 덕분에 20번을 빨아도 필터 성능이 유지됐다.
나노섬유는 지름이 수십~수백 나노미터(㎚)에 불과한 초극세섬유다. 아주 얇은 나노섬유로 둘러싸인 밸브는 적은 가스 누출에도 반응하고, 색 변화에 따라 누출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국내 주요 디스플레이·반도체 공장에서 제품 활용 확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반도체를 제조할 때는 공정 특성상 폭발성, 독성을 갖춘 가스가 사용되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누출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팀은 나노섬유를 제조하는 전기방사 기계를 직접 만들어 원가 절감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우리가 양산 설비를 직접 만들어 가격을 낮출 수 있었고, 사용하는 염료량이 기존 제품보다 적어 원료 면에서도 가격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설립된 아이디케이랩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61억5000만원으로, 투자 라운드에서 기업가치를 400억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아이디케이랩 연 매출이 4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고무적이다.
김 교수는 "포스코기술투자에서 재무적 투자를 하고, 한양이엔지, 가스트론, 원익 등 국내 중견기업이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했다"며 "2년 후 상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케이랩은 사업 범위를 더 확장해 나노섬유 센서를 활용한 호기 센서 사업부를 추가했다. 호흡을 통해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사업이다. 김 교수는 "호흡도 일종의 가스"라며 "치주 관련 질환이 있으면 입속에서 황화수소 등 가스가 평소보다 더 많이 방출되는데, 이를 포착하면 치주 질환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복무 팽만, 소장에 '나쁜' 세균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소장내세균과다증식(SIBO)을 검출할 수 있는 소화기 장애 분석용 센서도 개발 완료 단계에 있다. 이후 천식, 고혈압, 고지혈증, 암의 조기 스크리닝이 가능한 호흡 가스 분석기 개발까지 확장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새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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