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조 넘긴 국민연금 '대체투자'…1인당 1.2조 굴리느라 허덕

김정범 기자(nowhere@mk.co.kr) 2023. 8. 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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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약정 50조원씩 증가
국내주식보다 투자 비중 높아
인력은 부족한데 자산만 급증
부동산·인프라·사모펀드 투자
작년 하락장서 방어자산 역할

국민연금의 대체투자 약정금액이 1년 새 50조원가량 급증하면서 25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약정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기금 운용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핵심 자산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운용역량에 비해 약정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대체투자 약정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총 254조3151억원으로 전년(204조4308억원)보다 50조원가량 급증했다. 국민연금은 2021년에도 대체투자 신규 약정 규모를 50조3000억원 정도 늘렸는데 2년 연속 50조원 넘게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모벤처투자실 부동산투자실 인프라투자실 등 '대체투자 3실'을 중심으로 부동산·인프라와 사모펀드(PEF) 투자를 고루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대체투자 약정금액 중 사모펀드(헤지펀드 포함) 약정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약정금액은 114조7782억원으로 전년(89조302억원) 대비 30% 가까이 증가했다. 뒤를 이어 부동산(78조7472억원) 인프라(59조1704억원) 순이었다. 멀티에셋 투자금액은 1조6243억원이었다. 지난해 투자를 약정한 금액 중 실제 집행된 금액은 63%(약 161조원) 수준이었다.

가령 지난해 말 부동산 투자는 지역별로 미주 투자금액이 약 13조원으로 가장 컸고 유럽(8조원) 아시아(7조원) 순이었다.

사모투자는 경영권 인수가 목적인 바이아웃펀드 투자 규모가 가장 컸고 세컨더리·메자닌·코파펀드에도 투자하고 있다.

코파펀드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이나 투자에 나설 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돈을 대주는 공동투자 펀드를 뜻한다.

이뿐만 아니라 고금리 속에서 낮은 변동성으로 비교적 안정적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사모대출(Private Debt) 투자금액도 4조3523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대체투자 약정 규모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은 주식·채권 등 전통적 투자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수익 -8%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서도 대체투자는 유일하게 수익률 8.9%를 기록해 하락장에서 방어 자산 역할을 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약정 규모가 매년 급증하고 있음에도 이를 담당할 운용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고질적 문제로 꼽힌다.

비공개 정보를 토대로 딜소싱(거래 성사)이 이뤄지는 대체투자 분야는 전문성이 핵심이지만 인적 인프라는 자산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영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민연금 운용역 1인당 대체투자 금액은 5월 말 기준 1조2500억원에 이른다.

예컨대 사모벤처투자실에서는 운용역 44명이 64조3000억원을 담당하고 있다. 1인당 운용 규모만 1조4600억원에 달한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대비 3배 수준으로 선진국 연기금 상당수가 1인당 운용자산 1조원 이하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영희 의원은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급하게 늘리기에 앞서 인적 인프라를 확충하고 운용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부랴부랴 운용역 29명을 충원한다고 밝혔지만 이들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의 신규 약정 규모가 부담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는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연간 신규 약정액이 40조원이 넘어가면 무리가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자산군별로 다변화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약정 규모가 빠르게 늘어 과부화가 걸리는 것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규모는 이미 국내 주식투자 규모를 뛰어넘은 상태다. 2002년 처음으로 대체투자 시장에 뛰어든 국민연금은 대체투자 규모가 약 20년 만인 올해 5월 말 기준 155조2000억원(비중 15.9%)까지 커졌다. 국내 주식투자 잔액인 144조9000억원(14.9%)보다 10조원가량 더 많다. 국민연금의 대체투자는 올해 말 목표 비중(13.8%)을 이미 돌파한 상태다. 연말이 되기 전까지 현재 보유한 대체자산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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