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도 50대도 게임하듯 주식 매매…회전율 2배 넘게 확 늘었다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8. 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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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미수거래 총동원…위태로운 증시
포스코홀딩스 거래빈도
600만회 기록하며 최고치
2차전지주 4총사 시가총액
하루에 수십조씩 오락가락
토론방·유튜브·네이버카페
SNS 정보 늘며 변동성 키워

◆ 변동성 극심한 증시 ◆

30대 A씨는 지난달 22일 에코프로 주식을 4억원어치 매수했다. 이 중 2억원어치는 신용거래였다. A씨가 매수한 에코프로 주식의 평균 단가는 110만원이었는데 114만원대에 매도했다. 불과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에코프로 주가는 하루 10% 넘게 등락을 넘나들며 A씨 마음을 졸이게 했지만 일주일 새 1400만원 이상 수익을 가져다줬다. 대형 증권사의 신용대출 이자율(90일 초과 기준)은 10% 정도다. 일주일치 이자는 40만원가량으로 A씨가 올린 수익에 비하면 적은 수준이다. 그는 "주변에서 에코프로를 신용으로 '풀매수'했다는 얘기를 할 때마다 걱정하는 말을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익절(수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이번에는 크게 벌지 못했지만 다시 매수 타이밍을 노릴 예정"이라고 했다.

2차전지 관련주에 신용거래까지 동원한 단타 매매가 늘어나면서 관련 종목들은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 코스피의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1일 10조1263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포스코홀딩스·에코프로비엠 등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하자 투자자들의 단타 성향이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주가 상승률이 64%였던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투자자들의 거래빈도는 595만1762회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두 번째로 빈도가 높았던 지난 4월(379만7575회)에 비해 55%가량 높았다. 거래빈도란 특정 종목에 대한 정규시장 접속매매의 체결 건수다. 거래빈도가 잦을수록 유동성이 크다는 의미로, 주가가 상승하자 더 많은 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포스코홀딩스를 매수한 주체는 대부분이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3일부터 31일까지 포스코홀딩스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4조4231억원으로 외국인투자자(4조2265억원 매도), 기관투자자(3685억원 매도) 등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2차전지 수혜에 다른 종목에 비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작다는 이유로 개인투자자는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을 순매도하는 상황에서도 포스코홀딩스는 집중 매수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지난달 20~60대 모든 연령에서 동일하게 순매수 1위는 포스코홀딩스였으며 2위는 'KODEX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였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역시 올해 들어 지난달 월 상승률이 가장 높았는데 거래빈도도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는 지난달 주가가 157% 상승하며 거래빈도가 489만7181회를 기록했고, 에코프로비엠은 주가가 67% 상승하는 동안 632만5834회 거래됐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대부분 외국인투자자가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까지 두 주식에 대해 대규모 공매도를 냈던 외국인들이 '숏스퀴즈' 현상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공매도한 주식이 계속 오르면서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 해당 주식을 거듭 사들인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잔고는 지난 6월 30일 452만주에서 7월 28일 195만주로 급감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가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27%였던 20대 투자자의 회전율은 7월 62.1%로 두 배 이상 늘었다. 50대 역시 11%에서 25%로 급증했다.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심했던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거래를 늘렸는데 해당 커뮤니티에서 언급을 많이 하는 종목 위주로 매매를 하다보니 주가 변동성이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목토론방, 오픈채팅방, 네이버 카페, 블로그, 유튜브 댓글창을 통해서 사람들은 다른 투자자들 동향을 관찰하며 주식 매매를 하게 되는데 SNS의 특성상 소수가 여론을 주도하게 되면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진 것이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개인들의 거래대금이 절대적으로 큰 에코프로, 포스코홀딩스 등은 상승기에는 익절이라는 장중 트레이딩 방식이 원활히 작동하겠지만, 하락기에는 장중 트레이딩 중 손절 매도의 영향력이 부각돼 하락폭이 매우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27일 2차전지 관련주 4종목(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 대거 하락하면서 전일 전체 약 173조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2조원 넘게 날아간 약 150조원을 기록했다. 28일에는 10조원가량 늘어났으나 8월 2일 다시 급락세를 보이며 9조원 넘게 증발할 정도로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2차전지 관련주가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상황에서 이 종목들 변동성은 전체 증시 변동성까지 키우고 있다.

[김제림 기자 /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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