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써밋·트리마제도 '무량판 포비아'… 10년된 단지도 조사 추진

연규욱 기자(Qyon@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8. 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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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근누락 아파트 파장 ◆

2일 오후 지하 주차장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 중 하나인 경기도 오산시 세교2 A6블록 아파트 주차장에서 관계자가 보강 공사 관련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실공사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정부가 관련 조사를 전국 민간 아파트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건설업계가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민간 아파트는 LH 아파트와 달리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도 무량판 공사를 한 곳이 많아 작은 부실시공이라도 적발되면 파장이 클 것이기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근 누락' 전수조사 대상인 293곳 민간 아파트 중 지하주차장이 아닌 주거동이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단지는 100곳 안팎인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하주차장이 더 많지만, 주거동 자체가 무량판 구조로 지어진 단지가 3분의 1 정도 된다"고 말했다.

주거동이 무량판 구조로 시공된 아파트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될 경우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입주민이 느끼는 안전성에 훨씬 더 큰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15개 LH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만 수평 기둥인 보 없이 기둥이 직접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를 사용했다. 정부는 이들 15개 단지가 주거동이 아니고, 지하주차장 상부에도 주거동이 없기 때문에 입주민들의 안전이 우려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주거동 자체가 무량판 구조인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조사 대상을 2017년 이후 준공된 무량판 구조 아파트들로 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모든 아파트는 준공 이후 4년 이내 정밀안전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2017년 전에 준공된 단지들은 이미 무량판 구조 부분을 포함해 정밀안전점검을 받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주거동과 지하주차장을 통틀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단지는 서울에서만 29곳에 달한다.

이 중에는 서울숲트리마제(2017년 준공), 반포써밋(2018년),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2019년) 등이 주거동이 무량판 구조로 설계된 단지들이다. 경기도에선 위례우남역푸르지오(2017년), 과천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2020년),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2022년) 등이 있다.

국토부는 3일 293개 민간 아파트 단지에 대한 무량판 조사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국토부는 우선 293개 단지의 철근 누락 여부 등 안전점검을 실시한 뒤 경우에 따라 조사 범위를 2013년 이후 준공된 단지들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2017년 이후 준공된 단지들을 우선적으로 전수조사할 것"이라며 "이후 필요시 단계별로 2013년 이후 준공된 단지들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대 건설사 등 건설업체들은 이미 입주한 단지의 설계 도면을 재확인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전국에 3개 단지가 무량판 구조로 지어졌는데, 이미 자체조사를 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토부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 건설사들은 지난해 광주광역시 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자체적으로 무량판 방식 단지에 대한 1차 점검을 진행한 곳이 많다. 경기도의 주상복합 건물을 무량판 시공한 B사 관계자는 "현장점검을 마쳤고 철근 누락 등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안전하게 시공된 단지들도 입주민들이 '무량판'이라는 이유로 불안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무량판 구조는 주거용 아파트보다 상업·공공시설에 더 많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C사 관계자는 "철근 누락을 모든 건축물로 확대 조사할 경우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규욱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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