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1년 남기고 결국 물러난 서사원 대표···‘공공돌봄’ 비용 논쟁이 남긴 것
예산 삭감으로 존폐 기로에 선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대표이사 공백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놓이면서 조직 해산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돌봄’ 가치가 결국 수익성과 효율성으로만 평가되면서 지난 4년여의 경험이 무위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2일 오후 서사원 이사회가 황정일 대표이사 사임 안건을 의결하면서 서울시 공공돌봄 전담기관인 서사원은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표를 수리하면 정관에 따라 서울시 복지기획관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2024년 10월까지인 임기를 1년 이상 남기고 황 대표가 사임을 표명한 것은 서울시의회의가 올해 초 100억원 예산을 삭감한 데 따른 것이다. 황 대표는 서울시가 추경을 편성하지 않으면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황 대표는 2021년 10월 취임 이후 조직 설계가 잘못됐다며 재단 해산과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간 고비용·저효율의 ‘방만 경영’을 해왔다며 조직 구조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시의회는 이에 민간에 비해 비효율적인 재단 경영 방식을 이유로 ‘서사원 개혁’을 전면화하면서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예산 삭감 후 추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보금 사용도 승인 받지 못한 서사원은 인건비 지급도 어려워 오는 9월까지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사원지부장은 “황 대표는 ‘급할 것 없다’는 식으로 시간만 끌더니 결국 본인이 나가버렸다”며 “기관 대표가 앞장서서 노동자들을 저효율 노동자로 낙인찍던 걸 생각하면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재단 해산 후 청산 수순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으로 서울시가 공공돌봄 업무 축소와 조정, 노사 관계 조율을 맡게 되는데 그동안 서울시는 문제 해결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사원 운명은 경영진과 내부 구성원에 달려 있다”며 “서사원이 정말 어려운 돌봄 영역을 개척하고 임금체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한다면 존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하지만 앞서 노조 측이 임금 외 병가 사용 문제 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협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사업을 민간에 이전하는 등의 자구안도 시의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표 사임으로 서사원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서울시가 추진해온 공공돌봄 경험이 ‘수익성’과 ‘노동자 고임금’으로만 평가받게 됐다는 우려도 있다. 서사원 존폐 논란이 진행된 과정을 보면 재단이 수행하는 공공돌봄의 역할보다 서울시 조례에 따른 돌봄 노동자 생활임금 등이 비판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2019년 개원 이후 채 5년도 지속되지 못한 서울시 공공돌봄이 무위로 돌아갈 상황에 처한 데에는 사회보장서비스가 시장화돼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돌봄의 공공성을 후퇴시키는 조치라는 것이다.
남우근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위원은 “공공의 공급비율을 늘려야 민간 돌봄서비스의 지나친 시장화를 막을 수 있다”며 “현재 노인 장기요양의 경우 공공 비율이 1%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원은 돌봄서비스의 공공성을 견인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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