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상추 좀 더 주세요?
"상추 좀 더 주세요."
삼겹살집에서 상추 추가를 요청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좀 달라졌다. 리필을 요구하는 손님은 눈치를 봐야 하고, 듣는 사장은 한숨이 절로 나온다. 상춧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폭염이 덮친 탓인데,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상춧값은 전달에 비해 83.3%나 상승했다. 실제로 2일 한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적상추 가격은 100g당 3490~3600원으로 같은 무게의 삼겹살(2450~2950원)보다 비쌌다. 상춧값 급등에 상추 리필 횟수를 1회로 제한하거나 추가 금액을 받는 고깃집도 늘고 있다. 리필을 아예 중단한 곳도 있다.
값이 오른 건 상추뿐이 아니다. 시금치(66.9%)와 열무(55.3%), 오이(23.2%), 토마토(10.2%)도 한 달 새 10% 넘게 가격이 올라 채소가 많이 들어가는 메뉴 판매를 일시 중단하거나 기본 밑반찬을 줄이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
채소 대란은 한국만의 일도 아니다.
인도에서는 토마토 가격이 6개월 새 5배 폭등했다. 이상고온으로 토마토 재배에 문제가 생긴 탓인데, 맥도날드는 인도 일부 지점에서 햄버거에 토마토를 넣을 수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가뭄이 덮친 스페인 등 남부 유럽은 올리브 흉작에 몸살을 앓고 있다. 올리브유가 생활필수품인 스페인에서는 올리브 가격 급등이 주요 관심사다.
영국은 지난겨울 토마토 대란을 한차례 겪었다. 영국은 겨울에 소비되는 토마토의 95%를 수입하는데 토마토를 공급하던 스페인과 모로코에 이상한파와 홍수가 발생해 토마토 생산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물가 상승세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숫자로 나타나는 물가상승률과 달리 치솟는 밥상물가 때문에 물가 안정을 체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문제는 폭염과 폭우, 한파 등 기상이변이 빈발하면서 앞으로도 채소 대란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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