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벤처 투자… 정부, 민간 자금 규제부터 녹인다

임경업 기자 2023. 8. 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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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벤처 투자 위축’ 해법 찾기 골몰

창업 8년 차 국내 커머스(전자상거래) 스타트업 A업체는 수십억원대 투자 유치가 6개월째 불발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유망 스타트업 지정까지 받았지만, 얼어붙은 투자 시장 탓에 벤처투자자들이 선뜻 금고를 열지 않고 있다. A업체 대표는 “정책자금 대출도 알아봤지만 ‘자금 사정이 더 급한 스타트업이 많다’는 이유로 심사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 3년 차 인공지능(AI) 스타트업 B업체 대표도 “기업가치를 절반으로 낮춰 겨우 투자를 받았다”며 “최근 주변에서 아예 투자 유치를 포기하고 폐업을 선택한 대표가 둘이나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국내 벤처·스타트업에 투자된 투자금은 약 903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2214억) 대비 약 60%가량 줄었다. 2018년도 분기당 투자금과 비슷한 수치(평균 8600억원)로, 2021년 한 해 7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벤처·스타트업에 몰렸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 빙하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벤처캐피털 펀드 조성 금액도 1분기 5190억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3%나 줄었다. 한 벤처캐피털 심사역은 “스타트업은 대부분 적자를 감수하면서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기가 얼어붙다 보니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는 스타트업에는 투자를 꺼리게 된다”며 “펀드에 출자할 LP(기관투자자)를 모으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래픽=양진경

◇벤처·스타트업 투자하면 세제 인센티브 준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 당국은 얼어붙은 벤처 투자시장을 녹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4월 중기부와 금융위원회는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으로의 민간 자금 유입을 막는 규제를 대폭 줄이고,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이 벤처 펀드에 낼 수 있는 자금의 한도는 현행 자기자본의 0.5%에서 1%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5대 시중은행의 자기자본(약 150조원)을 기준으로 최대 7500억원의 자금이 벤처·스타트업 투자 시장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게 됐다.

벤처 펀드 관련 세제 인센티브도 27일 발표됐다. 법인이 민간 벤처펀드에 출자할 경우 출자액의 최대 8%가 세액공제, 개인은 최대 10%가 소득공제된다. 국내 벤처 투자시장은 60% 이상이 모태펀드를 비롯해 정부가 낸 자금으로, 2021년 결성된 전체 벤처펀드 약 9조2000억원의 64%(5조9000억원)가 정책자금이었다. 민간에서만 연간 70조원 이상을 벤처 펀드에 투자하는 미국에 비하면 20분의 1 수준으로, 부족한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 “해외 자본도 한국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할 수 있게 해야”

벤처·스타트업 업계와 투자 시장에선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한 벤처 투자 관련 규제 철폐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로, 민간 벤처펀드를 거래소에 상장해 개인도 주식 투자하듯 벤처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성상엽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BDC는 다양한 투자자들이 참여할 수 있어 대규모 민간 자금 유치가 가능하다”며 “국회에 계류된 관련 법이 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토스·컬리와 같은 유니콘 기업들은 한 번에 1000억원 이상 투자금을 모아야 하는데, 이를 지원할 만한 여력이 되는 자금줄은 해외 투자은행과 벤처펀드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외 벤처캐피털사와 함께 글로벌 투자자들을 모아 국내 특정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하는 프로젝트성 펀드를 추진 중”이라며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코리아 벤처창업 투자센터도 올해 유럽 센터를 개소하고 중동까지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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