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고용보험, 재정 균형 회복 시급

2023. 8. 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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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보장 확대 거치면서
급여지출액 3년새 2배로 늘어
반복 수급 악용 가능성 줄이고
출산급여 지급 부담 덜어줘야

2017년 10조2000억원이었던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은 2018년 이후 계속된 재정적자로 완전히 소진됐다. 2022년의 외형상 적립금은 6조3000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차입한 10조3000억원을 제외하면 -3조9000억원이다. 1.3%였던 보험료율을 2019년에 1.6%로 인상하고, 2022년에 또 1.8%로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것은 보험급여 지출이 더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용보험 실업급여(구직급여) 지출 증가는 급여 지급률을 평균 임금의 50%에서 60%로 인상하고 지급 기간을 최대 60일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2018년의 고용보험 보장성 확대가 1차적 원인으로 판단된다. 2017년 5조원이었던 급여지출액이 2019년에는 8조원으로, 2020년에는 11조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급여 하한금액을 최저임금의 90%에서 80%로 낮추는 법 개정이 이때 이뤄졌지만, 2017년 6470원이었던 최저임금이 2019년 8350원, 2022년 9160원으로 41.6% 인상돼 하한액은 크게 높아졌다. 2022년 기준 구직급여 하한액은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 세후 월 근로소득 179만9800원보다 높다. 전체 구직급여 수급자 중 하한액 수급자가 119만2000명(73.1%)에 이르는 것도 비정상적인 만큼, 급여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것은 반복 수급자다. 2022년 구직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 중 2회 수급자는 33만4000명, 3회 이상 수급자는 10만2000명이고 증가 추세에 있다. 반복 수급 자체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지만, 실직 직전 18개월 중 180일 이상 가입하면 수급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제도를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구직급여 수급자 중 1.46%(2022년)에 이르는 부정 수급자와 함께 선량한 가입자의 근로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 악화의 또 하나 요인은 모성급여 지출이다. 2023년 고용보험 실업급여 계정 예산에서 모성보호사업에 소요되는 금액은 2조1006억원으로, 2023년 11조1839억원 예산의 18.8% 수준이다. 주로 출산전후급여 및 육아휴직급여로 구성되는 모성급여는 저출산 해결 차원에서 지급 기준과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수급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모성급여 지출 증가 자체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모성급여 지급에 필요한 재원을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출해야 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국가에 따라 건강보험제도에서 지급하거나 별도 제도로 운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7년 이전에는 큰 문제가 없었던 고용보험 재정이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중증 환자로 전락했다. 보험료율만 1.3%에서 1.8%로 38.5%를 높였고 그동안의 임금상승률을 감안하면 부담 측면에서만 50% 이상 늘어났음에도 재정수지가 적자인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재정수지 균형을 위해 수입과 지출 양 측면에서 대수술이 요구된다.

한편 우리나라 고용보험의 보장성이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서 높다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 고용보험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상당수 비정규직 근로자가 고용보험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고 자영업자 대부분은 소득 상실 위험에 대처할 기제가 미흡하다. 지난 정부에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으나 지지부진 상태에 있다. 기존 가입자의 급여 수준을 높이기 이전에 이들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보장 대책부터 시행하는 것이 선결과제였다고 볼 때, 고용보험 재정 안정화 대책 수립과 함께 사각지대 해소책도 제시돼야 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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