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늙어가는 인프라 멀어지는 삶의 질
철도로 대체되는 150분 거리 이내의 국내선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안이 프랑스에서 발효되었던 게 금년 5월이었다. 이때 우리는 14개의 국내 공항을 운영 중이었다. 당연히 14개 공항은 150분은 고사하고, 50분 이내 거리에 몰려 있는데, 최근 3년간 흑자인 곳은 제주공항밖에 없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 등도 감안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이전에도 10여 곳은 매년 적자였다. 14개 공항도 부족한지 새롭게 8개의 공항을 추진 중인데, 가덕도신공항이나 대구경북신공항 등 국회에서 특별법으로 지원한 곳도 꽤 있다. 이외에도 울릉공항은 건설 중이고, 백령공항은 예타를 통과한 지 오래다.
벌써 기억이 흐릿해졌지만, 2019년 5월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이 문제된 적이 있다. 인천시가 상수 공급 방향을 바꾸면서 유속이 2배쯤 증가했고, 이로 인해 관로에 끼었던 녹물 등이 떠올라서 붉은색의 혼탁한 수돗물이 가정에 공급된 것인데, 우리의 인프라 수준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던 사고였다. 당시 자료를 보면 전국 상수도 수송관 1만5000여 ㎞ 중 내구연한 30년을 넘은 경년관이 전체의 10%에 달했다. 급속한 개발이 이루어졌던 대도시 관로에 문제가 더 많았는데, 서울의 상수관 중 3분의 1은 30년이 넘은 상태였고, 인천은 15% 정도였다. 낡은 상수관으로 발생했던 붉은 수돗물 이슈는 2주 정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언론의 관심 밖으로 나갔고, 지금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2022년 현재, 30년 이상 된 노후 인프라는 전국에 3만개소가 넘는다.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6만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교량을 예로 들면, 국내 교량 중 30년 이상 된 곳이 4000개가 넘었고, 5개 광역지자체는 C등급 이하 판정을 받은 위험 교량을 각각 400개 이상 갖고 있다.
생활 인프라의 지역별 불균형도 심각하다. 국토연구원의 2020년 보고에 의하면 근린공원, 어린이공원 등 공원까지의 접근거리는 서울은 1㎞ 정도이나, 대전은 3㎞(여기까지만 해도 도보로 1시간 이내), 충남 7㎞, 경북 10㎞ 등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등 공공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까지의 평균 접근거리 역시 서울은 2㎞ 정도이나, 인천 4㎞, 강원 7㎞ 등이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일상 속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어서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최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교량 등 시설 붕괴사고는 노후 인프라와 제대로 된 유지보수 미비가 합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들에게 노후 인프라를 유지관리하는 것은 별로 매력적이지 않고, 새롭고 거대한 인프라 제안이 표심에 부응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니 상수도 보급률이 99%라고 자찬하지만, 누수율이 10%가 넘고 경년관 비율이 15%가 넘는 건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인프라 보급률은 우리가 개도국이었을 때 필요했던 숫자이지 지금까지 의식해야 할 통계는 아니다. 점점 늙어가는 인프라의 질적인 관리와 공간적 균형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김세용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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