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마존 정글서 생환한 기적의 네 남매
지난 6월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아마존 정글에서 실종된 콜롬비아 어린이 네 남매가 40일 만에 기적처럼 생환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아이들이 고립된 곳은 독사, 모기가 득실거리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열대우림 한복판이었다. 후이토토 원주민 출신 13세 장녀 레슬리와 9세 남동생 솔레이니는 머리끈으로 나뭇가지를 고정해 임시 대피소를 만들고 비행기 잔해에서 찾아낸 가루음식, 야생 과일과 씨앗을 먹으며 11개월 갓난아기와 4세 동생을 살려냈다. 구조 당시 막내를 안고 있던 맏이 레슬리는 "배고프다"고 처음 입을 열었다. 아이들 할아버지는 "어머니 아마존이 아이들을 돌려줬다"고 기뻐했다.
때마침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너의 꿈을 펼쳐라'는 주제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열린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청소년 야영축제에 158개국 4만3000명의 스카우트 단원들이 참가한다. 잼버리는 북미 인디언의 즐거운 놀이, 유쾌한 잔치의 뜻을 지닌 시바리(shivare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남미 원주민도 어릴 때부터 사냥, 낚시, 채집을 배우고 작은 캠프를 설치해 놓고 생존게임을 벌인다고 한다. 야생의 생존기술을 익힌 아마존 원주민 남매들이야말로 모험, 도전 등 다양한 훈련을 통해 심신을 단련하는 위대한 스카우트 정신의 살아 있는 모델이다. 한국 어린이들은 이처럼 밀림지대 조난사고 시 주변의 위험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을까?
지난 10년간 국내 보이스카우트, 걸스카우트, 해양소년단, YMCA, YWCA 등 청소년단체 단원이 10분의 1 이하로 급감해 고사 직전에 있다. 이번 세계잼버리에 영국 스카우트 4500명이 참가하는데 주최국 한국 스카우트는 겨우 3800명이 참여한다. 2000년 40만명이나 됐던 한국 보이스카우트가 현재 1만6000명으로 격감한 결과다. 2019년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교육청은 학교 업무를 정상화한다며 교사의 청소년단체 지도 업무를 배제하는 행정조치를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청소년 단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학교 밖 넓은 세상에서 심신을 수련하는 캠프를 잃어버린 우리 청소년의 미래가 암담해 보인다.
새만금 잼버리에 생존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참여해 특별 퍼포먼스를 펼친다. 역사에 남을 생존의 본보기를 보여준 콜롬비아 남매 레슬리와 솔레이니에게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명예기장을 수여하고 전 세계 6200만명 스카우트의 귀감으로 삼자. 윤석열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으로 호연지기와 리더십을 키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같이 놀자 신나게 놀자, 하늘을 닮은 친구들아 마음을 열고, 손에 손잡고 우리의 꿈을 펼쳐보자, 야호 불러보자 잼보리 노래를, 흔들흔들 춤을 추자"는 한국 스카우트의 숲의 노래가 금수강산 캠핑장에서 널리 울려 퍼지는 그날을 고대한다.
저출산 시대 온실에서 자란 한 가정 한 자녀는 나약한 우물 안 개구리가 되기 쉽다. 우리 청소년은 대자연에서 친구와 어울려 심신을 단련하며 강인한 인재로 커야 한다. 스카우트 활동 활성화를 위해 교사의 청소년단체 지도 업무 배제 조치를 철회하고 청소년단체에 재정지원 확대를 기대한다. 아기 상어 뚜루루 뚜루 넓은 바다로!
[신현웅 웅진재단 이사장·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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