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온 초전도체 샘플, 저항값 0·‘공중 부양’ 동시 구현돼야”...일주일째 이어지는 LK-99 검증

최정석 기자 2023. 8.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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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로렌스버클리연구소 등 유력 시설 검증 줄이어
초전도체 요건인 마이스너 효과와 전기저항 0 동시 관측은 없어
국내 학회 “샘플 주면 대학 연구실서 검증하겠다”
초전도체 위에서 자석이 공중부양하고 있는 사진. 이같은 현상은 초전도체의 마이스너 효과에 의해 나타난다. /뉴스1

최근 일주일 세계 과학계의 눈이 한국에 쏠리고 있다.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연구팀이 지난달 22일 상온과 상압 환경에서 초전도성을 띠는 ‘LK-99′라는 물질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며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논문 때문이다. 이 논문이 올라오자 국내를 비롯해 해외 언론들도 관련 내용을 쏟아내며 새로운 꿈의 물질인 상온 초전도체의 탄생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현재 LK-99에 대한 관심은 놀라움보다는 의심에 가깝다. 연구팀은 아카이브에 논문을 공개했는데 이곳에는 다른 과학자들 심사를 거쳐 내용을 검증하지 않은 논문도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다. 미국, 중국, 유럽과 같은 기초과학 선진국의 연구소들은 LK-99가 정말로 상온·상압 초전도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각종 검증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시네이드 그리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팀이 진행한 컴퓨터 모의 실험(시뮬레이션) 결과는 최근 진행된 검증 시도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LK-99의 구조를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LK-99가 기존에 초전도 현상이 발생하는 것보다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LBNL은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연구소로 9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 곳에서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뒤이어 비슷한 내용을 담은 논문이 또 나왔다. 량 쓰 미국 노스웨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밀도범함수이론(DFT) 계산을 통해 LK-99가 초전도체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지난 1일 아카이브에 소개했다. 밀도범함수이론이란 특정 물질 내부에 전자가 들어있는 모양과 그 에너지를 양자역학으로 계산하기 위한 이론이다. 이 방법으로 LK-99를 분석한 결과 페르미 표면 현상과 비슷한 수준의 전자 에너지 상태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페르미 표면 현상은 고온 초전도체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자석 위에 초전도체가 반쯤 떠 있는 모습. 국내 연구진이 최근 상온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물질을 찾았다고 발표하면서 전 세계 물리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탁

그러나 과학계는 아직 차분한 분위기다. 이 대표 연구팀이 공개한 제조법대로 실물 샘플을 만들어 직접 실험한 게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라는 한계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LK-99가 초전도체로 인정받으려면 두 가지를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우선 LK-99의 전기저항값이 0을 찍어야 하고, 그 다음은 ‘마이스너 효과’가 발생해 LK-99 샘플이 공중에 떠있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전도체는 자석이 만든 자기장을 물체 밖으로 밀어내는 성질을 지니는데 이를 마이스너 효과라고 한다. 자기장을 밀어내는 힘 덕분에 초전도체는 자석 위에 둥둥 떠있을 수 있다. LK-99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전기 저항 측정값이 0을 기록해야만 초전도체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진이 공개한 LK-99 결정 합성 연구 영상. 실험대 밑에 자석을 넣자 LK-99 샘플이 자기장을 밀어내며 똑바로 서는 모습이 담겼다. /화중과기대

현재 LK-99가 마이스너 효과를 보인다는 점은 일부 해외 연구진이 확인한 상태다. 전날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교 재료공학부 연구팀은 자신들이 LK-99 합성에 성공했다며 비리비리(중국판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했다. 3분 50초 남짓한 영상에는 실험대 아래 있는 자석 위치에 따라 작은 검정색 물질(LK-99 샘플)이 스스로 일어섰다 쓰러지는 걸 반복하는 모습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는 검은색 물질이 자석의 N극이나 S극에서 나오는 자기장을 밀어내면서 마이스너 효과가 발생하는 모습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다만 연구팀은 자신들이 만든 LK-99의 전기 저항값이 0인지 여부는 추가 실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반쪽짜리 실험인 것이다. 현재 미국 아르곤 국립연구소, 중국과학원, 난징대, 베이항대와 같은 유력 연구 시설에서 LK-99 검증을 진행 중이지만 마이스너 효과와 전기 저항값 0을 모두 관측했다 발표한 곳은 없다.

이런 가운데 국내 과학자들도 LK-99 진위 여부 검증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이날 ‘LK-99 검증위원회(검증위)’를 설치하고 LK-99에 대한 실험적, 이론적 검토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검증위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이 올린) 두 편의 아카이브 논문에 나온 데이터와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 속 물질은 상온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연구소 측에서 만든 샘플을 제공한다면 검증위는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 기관 도움을 받아 검증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arXiv(2023),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7.16892

arXiv(2023), DOI: https://doi.org/10.48550/arXiv.2308.00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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