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0만원 벌어 필리핀 이모님한테 201만원?" 日은 3년새 10배↑[김용훈의 먹고사니즘]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월 200만원’ 이상을 필리핀 이모님에게 줄 수 있는 신혼부부가 몇이나 될까요?”
올 하반기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여명이 서울에 옵니다. 이들은 6개월 간 육아를 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등의 가사 일을 도와주게 됩니다. 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시행해보고 해당 제도가 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효과를 낸다면 이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있습니다. 적잖은 임금 때문입니다. 고용노동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 금지 협약에 따라 외국인 가사근로자도 내국인과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9620원)을 적용하면, 외국인 가사근로자는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시 주휴수당 포함해 약 201만원의 월급을 받게 됩니다.
이들의 숙소는 고용부가 인증한 서비스 제공 업체가 마련해야 하며 숙소비는 가사관리사 본인이 부담해야 합니다. 서울시가 시범사업 기간 예산 1억5000만원을 써 숙소·교통·통역비 등 외국인 가사관리사 초기 정착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할 계획이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20~40대 맞벌이 부부, 한부모, 임산부 등에게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물론 이들의 임금은 시간당 1만5000원 이상을 줘야 하는 내국인에 비해 30%가량 낮습니다. 하지만 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이 540만964원이니,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도 소득의 약 37.2%를 차지합니다. 작년 4분기 맞벌이 가구 월평균 소득(736만6000원)을 감안해도 27.3%에 달합니다. 외국인을 집에 들이는 것에 대한 심리적 부담도 큽니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의 결과가 나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건 일본의 성공사례 때문입니다. 일본은 2017년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 및 인근 지역에서 외국인 가사 도우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행 지역을 지방까지 넓히고, 현행 5년인 최장 체류 기간을 7년 안팎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수요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행 첫해인 2017년 599가구에 불과했던 일본의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구 수는 2020년에 5518가구로 불과 3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게다가 최소한의 복지 체제 유지하려면 외국인 노동자를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여론도 존재합니다. 일본 정부는 2040년이면 돌봄 분야에서만 최소 69만명의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합니다.
다만 정부는 높은 임금 탓 제도 실효성이 떨어질 경우 그 대안으로 오페어 제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외국인이 호스트 가정에 머물면서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며 해당국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일종의 문화교류 제도입니다. 정의 급여를 받기 때문에 취업과 관광, 어학연수 등을 병행하는 워킹홀리데이 일종으로 간주됩니다.
워킹홀리데이에 비해 임금이 적은 대신 노동 강도가 낮아 문화체험과 언어 학습에 중점을 두고 있는 외국인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이 이를 도입, 운영하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한국도 오페어 제도를 도입해 가사와 육아를 담당할 인력을 공급하자는 의견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왔지만, 문제는 ‘전문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들어오는 외국인 가사관리사는 가사·육아에 대한 경력과 지식이 있고, 한국어나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신질환자, 마약류 중독자, 범죄 이력이 있는 사람도 걸러집니다. 국내 입국 전후 한국 언어·문화, 노동법 등을 교육받고, 국내 가정으로 실무 투입 전 아동학대 방지를 포함한 가사·육아, 위생·안전 교육도 받아야 하죠.
올 하반기 들어올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도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요?
※[김용훈의 먹고사니즘]은 김용훈 기자가 정책 수용자의 입장에서 고용노동·보건복지·환경정책에 대해 논하는 연재물입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나 부족함이 느껴질 때면 언제든 제보(fact0514@heraldcorp.com) 주세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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