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정상화 첫날, 수술·입원 재개…"이제야 안도"

조아서 기자 2023. 8. 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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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속 1시간만에 신규 입원자 200여명
"항암에만 전념할 수 있어 다행"
2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병실에서 간호사 등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20일간 이어진 보건의료노조 부산대지부 파업이 지난 1일 종료됐다.2023.8.2/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부산=뉴스1) 조아서 기자 = "입원하러 왔습니다. 아파서 온 건데도 기분이 좋네요"

20일간 장기파업을 이어온 부산대병원이 지난 1일 노사가 극적 타결을 이루고 2일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다.

병원 정상 운영 첫날인 이날 오전 파업 기간 텅 비어있던 본동(일반입원실 병동)이 바삐 움직이는 환자들과 의료진들로 붐볐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건물 내 벽면, 출입문, 외벽 곳곳에 설치된 파업 관련 현수막과 안내문만이 파업의 상흔처럼 남아있었다.

오전 9시 30분께 파업기간에도 70~80% 수준으로 가동됐던 외래진료도 이날 더욱 활발히 진행됐다. 오전부터 외래진료 접수처에는 20여명의 환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환자 전모 씨는 "물리치료, 재활 등을 받으러 부산대병원에 주기적으로 오는데 파업 여파로 그간 3~4번의 진료가 미뤄졌다. 생사를 오가는 치료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생활에 필수적인 진료가 계속 늦어져 불편했다"면서 "매일 기사를 검색하며 파업 소식을 찾아보는 게 아침 일과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20일간 이어진 부산대병원 파업이 종료된 첫날인 2일 환자들이 입원 수속을 밟고 있다. 부산대병원은 파업기간인 지난 7월 13일부터 8월 1일까지 신규 입원 환자를 받지 않았다. 2023.8.2/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그간 신규 환자를 받지 않았던 일반 입원실 역시 이날부터 운영을 재개됐다. 부산대병원은 앞서 지난 11~12일 입원환자 1500여명을 퇴원·전원 조치시키고 파업기간 1300여 병상 중 전원·퇴원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260병상(일반 130병상, 중환자 130병상)만 운영해왔다.

입원 접수원 2명은 오전부터 시간당 40명 넘는 환자와 전화를 주고받으며 입원 가능 안내와 일정 조율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입원 접수가 시작된 오후 3시부터는 수속을 밟기 위한 환자들로 접수처 앞이 붐볐다. 입원 접수를 재개한 지 1시간 만인 오후 4시 기준 신규 입원 환자는 200여명에 달했다.

자궁암 환자 박모 씨(80)는 이날 입원 수속을 위해 오후 1시께 병원을 찾았다. 박 씨는 "파업 때문에 내일 예정된 수술이 미뤄질까봐 조마조마했는데 오늘 아침 입원이 가능하다는 확정 안내를 받고 2시간이나 일찍 와 기다리고 있다"며 "수술을 위해 입원하는 거지만 파업 종료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좋다. 힘이 난다"고 기뻐했다.

이어 "이번 파업 전부터 노사간 갈등이 꽤 지속돼 온 걸로 안다. 노사가 최선의 결론을 도출하느라 애썼겠지만 다시는 환자가 이런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서로 약속을 잘 지키길 바란다. 결국 환자 목숨과 안전이 제일 우선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2일 오전 갑상선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입원실로 이동하고 있다.2023.8.2/뉴스1 ⓒ News1 조아서 기자

이날 오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일반 병실로 입원 수속을 밟은 심모 씨(68)의 보호자는 "파업 기간 중에 맘 편할 날이 없었다. 때마침 어머니 수술 일정 전에 파업이 종료돼 한숨 돌렸다"며 노사 합의에 감사함을 표했다.

파업기간 입원 중이었던 환자들 역시 파업 종료를 반기는 건 마찬가지였다.

파업 중이었던 지난 25일 부산대병원에 입원한 간암 환자 이모 씨(66)는 "병동을 제한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암환자와 외상환자 등이 한 병실을 공유했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며 "항암을 앞두고 파업이 계속 진행되면 아무래도 치료에 차질이 생길까 싶어 불안한 마음이 컸는데 파업을 마쳤다고 하니 걱정 떨치고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노사가 2일 오후 잠정 합의서에 서명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노사는 이날 오후 2시 잠정 합의서에 서명했다.

주요 잠정 합의 내용은 △임금 총액 1.7%인상 △간호인력 84명 충원 △불법의료 근절과 안전한 병원 만들기 △비정규직 시설직 2024년 3월 1일부로 정규직화 △암수술, 소아암 환자, 항암주사, 중증외상 등 필수유지 진료 분야 확대 △야간간호료 90% 야간근무자에게 직접 지급 등이다.

이후 노사는 비정규직 4개 직종 중 정규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주차·미화·보안 직종에 대해서도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장기 파업으로 차질을 빚었던 암환자 치료와 권역외상센터 운영 등에 대해서는 △긴급 암환자 병상 120병상 운영 △항암주사실 70% 운영 △권역외상센터 외상병상 30병상 운영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남은 과정은 노조 전 조합원(4500명)을 대상으로 한 합의안 찬반 투표와, 통과 시 노사간 최종 합의안 서명이다. 아직 찬반 투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노조와 병원 측 모두 "수술, 입원, 외래 등을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시켜 환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일 오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일반병동 병실에서 원무직원들이 병실을 정리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노사는 전날 병원 이사장인 차정인 부산대 총장의 중재안에 서명하고 잠정합의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지난달 13일 보건의료노조 총파업과 함께 파업에 돌입한 뒤 20일간 파업을 이어왔다. 이날 오후부터 전체 진료가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2023.8.2/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ase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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