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선 특허, 中은 기술 재현… 상온 초전도체 현실되나

안경애 2023. 8. 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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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타지퀀텀 물질 특허 따내고 中대학선 고려대 개발 LK-99 합성
수십년간 '양치기 소년'이었던 상온 초전도체 실용화에 관심 증폭
중국 화중과기대 연구진이 한국 연구자들이 개발한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재현했다며 공개한 동영상.

이번엔 정말 꿈의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국내 연구진이 전세계 과학기술계에 던진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이 물질을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서 검증하는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발표 내용을 긍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 기업이 또다른 방식의 상온 초전도체 물질 핵심 특허 획득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수십년간 '양치기 소년'을 되풀이해온 상온 초전도체가 진짜 실용화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은 2일 중국 동영상 플랫폼 빌리빌리에 초전도체 'LK-99' 합성에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창하이신 화중과기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LK-99 결정 합성에 성공해 마이스너(반자성) 효과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LK-99는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고려대 연구진이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섭씨 30도의 상온상압에서 초전도성을 갖는 납 기반 물질이라며 발표한 것이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질로, 특히 상온상압 초전도체는 현대 재료과학과 응용물리학의 '성배'로 꼽힌다. 전자기로 움직이는 인류 문명의 폭발적 진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기술이다.

마이스너 효과는 특정 물질이 적절한 온도에서 초전도 상태가 되고 자기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으로, 초전도체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때 많이 쓰인다. 초전도체 위에 작은 영구 자석을 놓으면 마이스너 효과 때문에 자석이 밀리는 힘을 받아 공중에 뜨게 된다.

중국 연구진이 공개한 영상에는 현미경을 통해 관찰한 검정색의 작은 점이 보인다. 이 작은 점은 쓰러지거나 일어서는 것을 반복하는데, 이는 N극 또는 S극 등 극성에 무관하게 반자성 현상을 일으키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연구팀은 현재 반자성 현상만 재현하는 데 성공했고, 전기저항이 0인지는 추가 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서는 화중과기대 외에도 베이징항공우주대, 중국과학원 금속연구원 산하 선양재료과학국가연구센터 연구진 등이 LK-99 검증연구를 하고 있다. 미국, 인도,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연구기관들도 재현에 매달리고 있다. 국내에서는 성균관대 양자물질 초전도 연구단, 고려대 초전도 재료 및 응용 연구실,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등이 LK-99 재현 연구를 하고 있다.

중국 연구진에 앞서 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진도 'LK-99' 제조방법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관련 결과를 1일(현지시간) 아카이브에 공개했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가장 역사가 긴 미국 국립 연구소로, 노벨과학상 수상자 11명을 배출하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이다. 시니드 그리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재료과학부문 박사는 LK-99에서 구리 원자가 결정 구조로 침투해 납 원자를 대체함으로써 결정이 변형되고 0.5% 수축하는 현상을 시뮬레이션했다. 그 결과 물질의 전자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전자의 조건과 위치가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한편 외신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둔 타지퀀텀(Taj Quantum)이 지난주 상온 초전도 물질에 대한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이 회사가 미국 특허를 획득한 초전도 물질은 표면이 특정한 성질의 활성화 물질로 덮인 구멍 뚫린 탄소 소재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 기술도 LK-99와 마찬가지로 동료 평가나 외부 실험실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성능 데이터도 공개되지 않았다. 타지퀀텀 측에 따르면 이 물질은 영하 73도에서 영상 150도에 이르는 광범위한 온도에서 작동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편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2일 전문가 검증위원회를 발족해 LK-99에 대한 기술 검증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회는 홈페이지에 공지를 내고 "상황을 과학적 측면에서 판단하고 결과를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 상온초전도 검증위원회를 구성,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검증위원회 위원장은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서울대 교수)이 맡는다. 검증위원회는 현재 기준으로는 두 편의 논문을 통해 발표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으로는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물질 샘플을 제공하면 검증위에서 상온 초전도체 검증을 위한 측정을 할 계획이다. 검증에는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이 참여한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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