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악재는 악재일까" 美 신용등급 강등에 쏠리는 눈

김소연 기자, 김근희 기자, 홍재영 기자 2023. 8. 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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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직전거래일 대비 50.60포인트(p)(1..90%) 하락한 2616.47으로, 코스닥은 29.91포인트(3.18%) 하락한 909.76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70원 오른 1298.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3.6.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신용등급이 2011년 이후 12년만에 강등되면서 증시에 파란 불이 켜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대체로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금융시장 파급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워낙 숨가쁘게 올라온 탓에 이번 이슈로 당분간 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퍼렇게 질린 시장..코스피 1.9%, 코스닥 3.18% 하락

2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50.60포인트(1.90%) 떨어진 2616.47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29.91%(3.18%) 하락해 909.76을 기록했다.

이날 시장 급락은 신용등급 강등 이슈로 외국인이 현·선물 모두 매도한 탓이 크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876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3268억원 순매도했다. 지수선물시장에서는 홀로 2만6347계약 매도했고, 주식선물도 5만774계약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프로그램매매는 차익거래가 19억원 순매수, 비차익거래가 2080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해 총 2062억원 순매도였다.

주요 아시아 증시는 낙폭이 더 심하다. 일본니케이 지수는 768.89(2.29%) 떨어진 3만2707.69에 마쳤고 홍콩H지수는 오후 3시 기준(현지시간) 2% 넘는 낙폭을 기록 중이다. 중국 상해지수도 1%대 약세다.

사진제공=피치(Fitch)

증시가 파랗게 질린 것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탓이 크다. 지난 1일(현지시간)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Fitch)는 미국 신용등급(IDRs·장기외화표시발행자등급)을 종전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등급 전망은 기존 부정적 관찰 대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향 이유로는 향후 3년간 확대될 재정악화, 국가채무 증가, 거버넌스 약화를 제시했다.

미국 신용등급 하향은 지난 2011년 8월 S&P가 AAA에서 AA+ 강등한 후 12년만이다. S&P는 2011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신용등급을 동일하게 AA+로 유지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중 무디스만 아직 최고 등급인 AAA를 매기고 있다.

과거 2011년 8월, S&P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직후 글로벌 증시는 크게 출렁였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처음이었던 데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우려가 상존했던 탓이다. 당시 한달 간 미국 S&P500은 12% 이상 하락했고 10년물 국채금리도 80BP 이상 빠졌다. 국내 코스피 지수도 그해 8월 2160선에서 1680선까지 밀리며 21%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증시는 오후 들어 크게 밀리면서 과거의 공포를 상기하는 분위기였다.

2011년과 시장 환경 달라..이미 예고된 악재
(니가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5월 G7 재무장관 회의 참석을 위해 일본 니가타에 도착해 기자회견을 갖고 “디폴트 위협만으로도 지난 2011년과 마찬가지로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악영향은 미치겠지만, 신용등급 강등 이슈가 지난 5월 이미 예견됐던 만큼 과거보다는 파급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2011년에는 유럽 재정위기까지 맞물려 금융시장 충격이 컸는데, 지금은 미국 펀더펜털이 좋고 유럽 재정위기 우려도 부재한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3개월 전 미국 부채한도 상향 조정 협상이 난항을 겪자 피치가 이미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하향조정했었다"고 언급했다.

2011년 학습효과에, 이미 지난 5월 한 차례 신용등급 전망을 조정하면서 이번 신용등급 강등을 예고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악재로서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2011년은 시장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충격이 컸다"며 "이번엔 부채한도 협상 갈등을 겪으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 국채는 무위험 자산이고, 달러는 기축통화라는 전제가 견고했는데, 예상외 이벤트로 이 같은 믿음이 깨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이 혼란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2011년 이후 현재까지 미국 국채와 달러의 안전자산으로서 지위는 공고한 상태다. 이번에 신용등급을 낮춘 피치조차도 미국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자금 조달의 유연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왼쪽부터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심재환 한국투신운용 CIO


세계 각국 금리가 제로(0) 수준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는 점, 진정된 인플레이션, 국가의 확장 재정정책에 대한 달라진 인식 등도 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의 근거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본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부채가 260%에 달하는데 유럽중앙은행(ECB)은 5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30%대"라며 "과거와 달리 지금은 중앙은행이 경제를 좌우하고, 공공부채도 커버하는데 그걸 그렇게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 시장이 별 반응하지 않았고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인구 감소 속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줄곧 재정을 확대해 경기부양책을 펴왔다. 그와 함께 일본중앙은행이 국채를 사들여 이자율이 오르는 것을 막는 상태를 유지해왔다.

다만 이번 일이 많이 오른 증시에 하락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 S&P나 무디스 등이 추가 강등 계획을 밝힐지에 따라 시장이 단기 미세조정으로 끝날지 여부가 정해질 것"이라며 "국내 증시 뿐 아니라 미국 증시도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에 이번 신용등급 하향이 시장에 조정 빌미를 줄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장기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오른 1298.50원에 마감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1년 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했을 때도 달러 환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며 "안전자산 측면에서도 달러가 굳건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인덱스가 크게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심 CIO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벤트에 대응하는 물량 소화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신흥국(EM) 지역 주식 매도 물량이 출회할 수 있다"면서도 "이미 부채한도 협상을 타결했고 견조한 미국 경제로 인해 큰 영향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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