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국산 상온 초전도체 LK-99... 검증 들어간 과학자들 "주식 투자는 위험"
허점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
사실이라도 "1㎝ 정도 뜰 것"
물리학계의 풀리지 않는 숙제였던 상온 초전도체의 실마리를 한국 연구진이 찾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후, 과학계를 넘어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에너지·군사·의료 등 다방면에서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관심 덕에 관련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과학자들 사이에선 아직 해당 연구진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었다는 일종의 '레시피'를 공개하고 실제 성과라 주장하고 있을 뿐, 같은 방법으로 재현해낸 곳이 없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온 초전도체, 100년간 못 넘은 한계
2일 과학계에 따르면,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와 오근호 한양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논문 사전 출판 사이트인 '아카이브(arXiv)'에 납 기반의 상온·상압 초전도체(LK-99)를 구현해냈다는 내용의 논문 2편을 지난달 22일 공개했다. 집필진 대다수가 연관된 퀀텀에너지연구소는 고(故) 최동식 고려대 교수의 제자인 이 대표 등이 2008년 뜻을 모아 만든 사설 연구소다.
모든 물질에는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저항'이 있는데, 저항의 크기에 따라 전기가 안 통하는 절연체와 통하는 도체로 나뉜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완전 도체다. 전기 흐름이 방해받지 않으니 에너지 손실 없는 송·배전 설비를 만들거나, 초전도 에너지 저장장치 등을 만들 수 있다. 응용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이 같은 장점에도 1911년 첫 초전도체 발견 이후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 활용에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어떤 금속이라도 영하 200도 이하에서만 초전도성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수많은 물리학자들이 더 높은 온도에서 초전도체를 가능하게 하려고 압력을 높이는 등 부단히 노력 중이지만, 상온 초전도 시대는 아직 미지의 세계다. 이런 상황이라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주장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과학계 "재현 못 하면 의미 없어"... 의구심도 多
과학계는 이번 연구에 주목하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짙은 상황이다. LK-99가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된 적이 없어서다. 아카이브 사이트는 통상적인 학술지 게재 절차와 달리 검증 과정이 없다. 임현식 동국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은 결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검증이 되는지, 재현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했다. 실제 논문이 알려진 이후 세계 여러 연구실에서 LK-99 재현 시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초전도체임을 확인했다는 곳은 없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도 검증위원회를 꾸려 실험·이론적 검토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 자체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대표적으로 △전이온도(초전도성을 지니게 되는 온도)를 설명하지 않은 점 △저항이 0이 아닌 지점도 있다는 점 △초전도체의 독특한 특성을 보여주는 명확한 결과값이 없는 점 등이 꼽힌다. 김창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해당 논문에 실험 과정이 구체적으로 나와 다른 연구진이 따라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두 편의 논문이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는 등 문제점이 있고, 과학적으로 상온 초전도를 증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할렐루야 아일랜드 현실화?... "띄운대도 1㎝일 것"
큰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대중의 관심까지 점점 커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초전도체의 성질인 '반자성'을 이용해 서울 서초구 세빛섬을 진짜 둥둥 띄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영화 '아바타' 속 '할렐루야 아일랜드'가 공중에 뜰 수 있는 것도 '언옵테늄'이라는 상온 초전도체 때문으로 그려진 바 있다.
실현 가능성을 두고 온라인에선 투표가 벌어지고 주식시장까지 들썩이고 있다. 온라인 예측 투표 사이트 '매니폴드 마켓'은 LK-99가 2025년 이전에 재현될지 여부에 대해 게임머니 '마나'를 걸고 투표를 진행하는 중이다. 현재까지 4,000여 명이 참여했고, 재현 가능성은 36% 정도까지 점쳐졌다. 또 연구소 투자사나 초전도 개발업체 등의 주가가 폭등해 일부는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과도한 관심에 우려를 표했다. 이종수 경희대 응용물리학과 교수는 "아직 근거가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 등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라면서 "논문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를 이야기하기 어렵고,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 하더라도 반자성을 이용해 띄워 봤자 1㎝ 정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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