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록2’ 이성민, 어떤 캐릭터든 특별하게 만드는 마법[인터뷰]
콘텐츠 홍수 속, 다양한 작품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캐릭터조차 흔하지 않은 특별한 인물로 만들어낸, ‘역시’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배우 이성민(54)을 만났다.
이성민은 디즈니+ 오리지널 ‘형사록 시즌2’에서 강력계에서 30년간 근무했지만 여성청소년계로 발령받은 김택록 역을 맡았다. 드라마는 협박범 ‘친구’의 숨은 배후를 쫓기 위해 다시 돌아온 강력계 형사 택록의 마지막 반격을 그려내며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로 평가 받고 있다.
‘형사록2’ 최종회가 공개된 직후인 지난달 31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민은 “시즌2의 마지막 8부가 공개되고 나니 진짜 끝난 것 같더라”며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에게 문자를 했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와 다르게 디즈니+는 다 공개되어야 그때부터 시작이라고 하더라”면서 “이제부터 시작 아닌가 싶다”고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에 대한 배우의 높은 만족도는 자부심으로도 연결됐다. 스스로 느끼는 ‘형사록2’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이성민은 “굉장히 만족했다. 무엇보다 좋은 대본이었지만, 감독님의 노력과 이후 후반작업을 하신 분들의 애씀이 보였다. 원래 대본 모양보다 많이, 타이트하게 편집하신 것 같고 후반부 편집하면서 감독님이 많이 작업하셨구나 하고 느꼈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작품을 타이트하게 만들어주신 점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1, 2 모두 음악도 너무 좋았다. 좋은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대본 보고 연기할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작품이 나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낯간지럽지만 주위에서 웰메이드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시즌3 얘기는 없지만 한다면 좋겠다. 즐거운 작업이었고, 현장 감독 스태프 배우들간 끈끈하게 다져진 유대감이 상당하다. 시즌3를 하면 너무 좋을 것 같고, 그 땐 젊은 친구들이 주축이 되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성민의 열연이 빛난 택록은 자신을 살인 용의자로 만든 정체불명 협박범 ‘친구’의 배후를 쫓는 인물이다. 형사물이라는 장르는 흔하지만 그가 연기한 인물은 흔하지도, 호락호락하지도 않았다.
“감독님께선 택록에 대해 ‘이런 장르에서 나오기 힘든 캐릭터’라고 했는데, ‘형사록’이 다른 형사물과 다른 특징적인 지점이라고도 생각해요. 시즌1에 많이 나왔던 택록의 공황장애 설정도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많이 고민하며 작업한 부분이었어요. 다만 시즌2에선 많이 치유된 것처럼 보여주기 위해 덜어낸 부분도 있었죠.”
하지만 실제 이성민은 ‘기록’이나 ‘일기’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특히 그는 “일기라는 게 그 날의 일을 적어두는 것인지, 혹은 그 일들에서 느낀 감정을 적는 것인지 헷갈리는데 후자는 왠지 내 속마음을 들키는 것 같아 안 쓰게 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형사물인 만큼 고난도 액션보다는 누군가를 쫓아 달려가는 장면이 종종 등장했지만 “그 정도는 해야죠”라며 껄껄 웃은 이성민. 작업 현장에서 잘 뛰기로 소문난(?) 그는 “지금 촬영 중인 드라마에서도 달리는 신이 있는데, 내가 빨리 뛰니 현장에서 다 긴장하고 있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형사록2’를 준비하면서는 다이어트를 위해 탄수화물과 단 음식을 끊었는데 “촬영 중 3번 정도 쓰러질 뻔 한 적이 있었다”며 아찔했던 기억도 떠올렸다. 그는 “탄수화물도 끊고 다른 것도 잘 안 먹으니 5~6kg 감량 효과는 봤는데, 체력이 달리더라. 앞이 하얘져 그냥 주저앉았던 기억이 있다. (다이어트를) 이렇게 할 게 아니구나 싶었다”면서 규칙적인 식사를 권장하기도 했다.
‘형사록2’는 시즌1에 출연했던 인물들은 물론, 김신록, 정진영 등 카리스마와 넘치는 명배우들이 대거 투입돼 신선함과 무게감을 더했다. 특히 김신록의 등장은 흥미로웠다. 인기리에 방영된 이성민의 전작 JTBC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재벌집 막내아들’ 당시 서슬퍼런 아버지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이성민 분) 앞에서만큼은 좀처럼 기세를 펴지 못했던 딸 진화영(김신록 분)이었지만 ‘형사록2’에선 전세가 역전됐다. 김신록이 맡았던 연주현이 여성청소년계 팀장으로 택록보다 계급상 상급자였다.
이같은 개인적 인연을 베이스로 두고 출발한 김신록과 ‘형사록2’에서 맞춘 호흡에 대해선 “재벌집 땐 감히 나와 대화를 못 했는데, 관계적으로 뒤집힌 부분에 대해 어이가 없더라”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처음 만나 찍을 때 딱히 약간 어색하진 않았는데 전작이 끝난지 얼마 안 되어 찍으니 약간 이상하더라. 신록이가 굉장히 즐거워하더라”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초반 탕비실에서 두 사람이 맞부딪치는 장면에선 연팀장의 에너지를 살리고 힘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신경썼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쉬는 텀이라곤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일’하고 있는 그에게 ‘다작’의 이유를 묻자 “다른 이야기, 다른 캐릭터에서 저를 찾아주면 주저없이 하는 편이다. 또 신세진 분들이 워낙 많아 거절하지 않고 많이 참여하는 편”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소위 ‘다작 배우’라는 단어가 긍정적인 뉘앙스의 표현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에서 꾸준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이성민이기에, 그의 행보는 혹자에겐 귀감이, 선망이 되기도 한다.
이성민 자신 또한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건 나에게 좋은 자극이고,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와 다른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도 자극이 되기 때문에 그 부분(다작)은 내가 크게 괘념치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무명 배우의 힘겨운 시간을 거쳐, 어느덧 연기나 흥행으로나 ‘톱클래스’로 평가받는 유명 배우의 여정을 걷고 있는 이성민. 지금의 시점, 그가 배우로서 갖고 있는 목표나 꿈은 무엇일까.
“소위 말하는,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가 ‘골든타임’이었어요. 그 때는 그게 꿈 같았죠. 처음 배우가 되면서 상상했던 것들이 거의 비슷하게 이루어지니까 꿈 같았어요. 구름 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그리고 ‘미생’이라는 작품이 인기를 끌면서 어느 순간엔 ‘아 내가 어릴 때 꿈꾸던 일들은 다 이뤄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작’ 이후에 어느 시상식장에 앉아서도 그런 생각을 했고요.”
이성민은 “그런(대중적 인기) 점에선 ‘재벌집’이 인기가 있어서, 이것이 배우로서 나에게 많은 만족감을 줄 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이제는 그렇진 않다. 작품이 많은 대중에 알려지고 관심 받았다는 게 행복하고 즐거운 거지, 내가 대중에 인기가 있거나 관심 받는다고 해서 들뜨거나 흥분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지점(흥행)에 대해서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지금은 좋은 작품과 멋진 캐릭터를 만나고, 만들어가는 것. 그 작업을 하고 싶다. 그게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에 참여하는 게 앞으로의 숙제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배우를 넘어 한 사람으로서의 꿈으로 ‘건강’을 꼽은 이성민. 향후 바람에 대해서는 “딱히 계획을 세우고 사는 타입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잘 하고 싶고, 변화하는 것들에 순응하며 무던하게 살고 싶다”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형사록2’는 지난 7월 26일 종영했다. 현재 디즈니+에서 전 회차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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