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호황일 땐 몰랐지 “해외로 빠져, 매출·고객 꺾여”.. “추락할 일만 남았다”
야놀자리서치 ‘엔데믹 이후 전망’ 보고서
2분기 골프 소비지출액, 전년 대비 감소
전북 25%, 제주 20%.. 장기 전망 ‘글세’
내부적 가격 조정, 변화 전략 뒤따라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국내 골프장들이 ‘엔데믹(감염병 주기적 유행)’을 맞아 급격한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부딪히면서 상승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파른 그린피(이용요금) 상승세에 고객들이 발길을 돌리고, 해외로 원정 골프에 나서는 수요가 지속 증가세로 조사됐습니다.
앞으로 전망 역시 밝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호황기 때 ‘백일몽’에 젖어 있는 곳이 적잖은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전히 높은 요금 수준을 고수하는데다 캐디피나 카트피를 올려 받아 고객들의 부담을 더하는가 하면, ‘눈가리고 아웅’식의 일시적인 이벤트성 할인이나 이벤트로 생색내기에 나서 외면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엔데믹에 맞물려 자칫 골프장산업까지 벼랑 끝에 내몰리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더해집니다.
■ 제주 등 전국 골프장, 소비지출액 감소.. “코로나 특수 끝”
오늘(2일) 여가 플랫폼인 ‘야놀자’의 여행산업 민간 연구센터 ‘야놀자리서치’가 발표한 ‘코로나19, 골프산업의 부상, 그리고 엔데믹 이후의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국 골프 소비지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신용카드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로, 지역별로 전북의 골프 소비지출액이 전년 대비 25.2% 줄어 증감률이 가장 높고 제주가 20.7% 감소로 뒤를 이었습니다.
강원(-9%)도 두 자릿수 가까이 비중이 축소됐습니다.
앞서 올 1분기 골프 소비지출액도 전북이 지난해보다 22.8% 떨어졌고 제주는 22.7% 줄었습니다. 전국적인 감소율은 2.7%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에서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경기와 충청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감소율이 낮았지만, 그 지역들 또한 2023년 2분기부터는 감소세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프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 대표적인 스포츠로, 겨울에는 일부 골프장이 운영을 하지 않는 정도로 겨울 시즌은 골프 산업에 있어 비수기로 꼽습니다.
그런데도 펜데믹 기간, 겨울에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던게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국내 겨울 수요가 해외의 온화한 지역으로 이탈하면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 기간을 봤을 때 국내 골프 소비지출 규모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5%, -9%, -5%로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야놀자리서치 측은 “지출액 절대액을 기준으로 보면 코로나 팬데믹 이전보다는 여전히 소비지출액 규모가 큰 편”이라면서도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감소세를 고려하면 더 이상 코로나 특수 효과의 지속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 그린피·부대요금 등 고공행진.. “국내 골퍼 발 돌려”
이같은 골프 소비지출액 감소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된 해외여행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야놀자리서치 측 분석입니다.
야놀자리서치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과 무관하게 골프장 지출액은 2018년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면서 “최근 들어 그 추세가 감소했는데, 이는 해외여행과 다른 여가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골프에 몰렸던 소비가 점차 분산된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골프장 지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5%와 23%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해외여행 제약이 풀리는 상황 속에서도 국내 골프장 이용금액 상승세가 이어진 것이, 결국엔 국내 골퍼들의 발길을 해외로 돌리게 만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종전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국내에 있어야 했던 기존 원정 골프족들이, 굳이 국내에 연연하지 않고 해외를 선택하게 만든 것도 결국 가격 경쟁력에서 비롯됐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스포츠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치솟은 골프장 이용료는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됐습니다.
그린피 뿐만 아니라 캐디피, 카트피 등 과도한 인상에 대한 지적이 나온 것도 사실로 골프장 이용료와 소비자 물가지수 추이를 비교해 보면, 골프장 이용요금의 상승율이 눈에 띄게 높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골프장 이용료와 소비자 물가지수 추이를 비교하면, 지난해 연도별 소비자물가지수가 2015년 대비 13.5% 상승했지만, 같은 기간 골프장 이용료는 22.3% 올라 상승률이 훨씬 높았습니다.
■ 여행업계 해외상품 출시 ‘봇물’.. 수요 유출 촉진
여기에 여행업계까지 나서 해외 원정수요를 겨냥해 골프상품들을 개발, 출시하면서 판매량도 증가세로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교원투어는 지난해 3분기 해외 골프여행 상품 수요가 직전 분기 대비 271% 증가했고 인터파크트리플도 올해 1~2월 해외 골프 패키지 상품 수요가 2019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1,240%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베트남과 태국 등 동남아 지역과 일본 상품은 겨울에도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지역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보다 저렴한 그린피, 일부 관광지에서는 관광과 휴양까지 누릴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인기를 얻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오히려 올해 1분기 겨울 시즌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이는 해외 골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났지만, 아직 숙박과 운항편 등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공급이 안정화된 이후에는 수요가 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반대로, 국내 골프 수요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내국인 골프장 소비지출액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과 무관하게 골프장 지출액이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던게 최근 그 추세가 감소세로 전환됐기 때문입니다.
1분기 지출도 감소세였지만, 앞서 2022년 12월과 2023년 1월의 전년 동월 대비 감소율만 봐도 각각 -25%, -23%로, 상당한 수준의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 골프장 소비지출 계속 줄어.. 적극적 ‘가격 조정’ 필요
앞으로 전망은 더 어둡습니다.
지난해부터 엔데믹으로 전환이 시작되며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적용되었던 방역 수칙이나 규제가 완화됐고, 특히 2022년 10월 국내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의무가 중단되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국민 해외관광객 통계에 따르면 해외관광객 수는 지난해 7월부터 큰 폭으로 늘어 전년 대비 400% 이상, 최대 1,430%의 폭발적인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골프장 소비지출 규모는 감소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국내 골프장의 높은 이용료 불만이 쌓이고 해외여행과 다른 여가 활동들이 가능해지면서 골프에 몰렸던 소비가 점차 분산되는 추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 2023년 국내 골프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호황 국면을 벗어나, 다른 변화 요인이 없다면 상반기 나타난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야놀자리서치 측은 예상했습니다.
예견되는 매출이나 이용객 감소세를 완화하거나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골프장은 가격 인하 정책과 특별 프로모션을 포함한 혜택 등을 통해 기존 고객뿐 아니라 이탈한 고객도 다시 모을 수 있는 적극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 이용료 등 가격 경쟁력 ‘한계’.. 단기적 호황·회복 ‘불투명’
구체적 예로, 지난 해 12월부터 시작된 국내 골프 수요의 감소세는 단지 해외여행이 가능해 수요가 이탈했다는 것만이 아닌, 높은 이용료가 문제라는데 주목했습니다.
때문에 현재처럼 수요가 감소세를 보이는 시기엔, 골프산업에도 동적인 가격 조정과 같은 수익경영시스템(Revenue Management System)을 도입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야놀자리서치 측은 “골프장의 특성 중 하나는 호텔 객실이나 항공기 좌석처럼 오늘 판매하지 못한 해당 객실이나 좌석을 내일은 판매할 수 없는, 즉 ‘재고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때문에 골프장 운영자들은 오늘 골프장 홀을 가격 조정을 통해 효과적으로 판매하고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과거 일본의 경우 골프시장 호황기 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우후죽순 생겨난 골프장들이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골프 자체는 대중스포츠처럼 여겨지는 수준에 이르렀지만, 단기적으로 팬데믹 기간 호황처럼 시장이 유지될 지 장담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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