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달궈진 슬레이트 지붕 밑은 '한증막'…여름이 힘겨운 달동네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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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너무 덥네요. 요즘 같은 폭염에 선풍기는 무용지물이에요."
2일 낮 12시께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에 사는 정연자씨(76·여)의 집은 '한증막' 그 자체였다.
인근에 사는 손진형씨(72), 송광옥씨(68·여) 부부도 경제적 여건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교체하지 못한 채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A씨는 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집 안이 더워지면 열기를 식히는 데만 에어컨을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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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 설치비 감당 어려워 철거 못하고 버텨"
(부산=뉴스1) 노경민 박상아 기자 = "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너무 덥네요. 요즘 같은 폭염에 선풍기는 무용지물이에요."
2일 낮 12시께 부산 동구 범일동 안창마을에 사는 정연자씨(76·여)의 집은 '한증막' 그 자체였다. 정씨의 집 내부는 불볕더위를 그대로 흡수한 노후 슬레이트가 뿜어낸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정씨는 에어컨 없는 좁은 방에서 선풍기 한대에 의지해 더위를 버티고 있었다. 가마솥을 연상케 하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선풍기만으로는 부족해 부채질까지 해대지만 이마에 땀줄기가 연신 흘러내렸다.
정씨는 매년 구청에 슬레이트 지붕 교체 지원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떨어지기 일쑤였다. 주민센터 안내대로 지붕 사진까지 찍어 서류도 제출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답답한 마음에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지만 '은행에서 철거 비용은 지원해주지만 교체 설치비는 따로 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정씨는 슬레이트 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인근에 사는 손진형씨(72), 송광옥씨(68·여) 부부도 경제적 여건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교체하지 못한 채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요즘 같은 더위에는 바깥에 나갈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부부의 집 안에는 고장난 에어컨 한대와 선풍기가 있었다. 폭염이 찾아오면 하루에 샤워도 5~6번씩 하는 게 일상이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금세 온몸이 땀에 흠뻑 젖는다고 한다.
이들은 "밤이 오히려 더 덥다. 낮에 가둬진 열기가 저녁, 밤까지 계속되기 때문"이라며 "이 마을에는 어려운 사람들이 주로 살다 보니 슬레이트 교체 못 한 가정도 많다"고 말했다.
또 "천장에서 물이 새 지붕에 우레탄을 도포했다. 한동안은 괜찮다 싶더니 최근 비바람에 우레탄이 벗겨지면서 가루가 날리기 시작했다"며 "한고비 넘기면 더 큰 고비가 매번 찾아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마을의 비좁은 계단을 올라가 봤더니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된 주택도 보였다. 이곳에서 30년 거주한 A씨(67)도 슬레이트 교체 지원 신청을 해봤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방 안 한편에는 에어컨이 놓여 있었지만 전기세 걱정 때문에 마음 놓고 틀 수도 없는 노릇이다. A씨는 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집 안이 더워지면 열기를 식히는 데만 에어컨을 쓴다고 한다.
안창마을은 엄광산 산자락 끝에 위치한 마을로 6·25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들면서 판자촌으로 형성된 달동네다.
부산진구 범천2동과 동구 범일1동에 속해 있으며 최근 들어 지붕 교체 작업이 일부 이뤄지긴 했으나 아직 노후 슬레이트 아래에서 지내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부산진구에는 총 4375동의 노후 슬레이트 건물이 있고, 그중 안창마을이 있는 범천동 일대에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체 건물 중 37%만 슬레이트 교체가 완료된 상태다.
부산진구노인복지관 관계자는 "요즘 같은 더위는 특히 어르신들에게 더 위험할 수 있으니 되도록 집 안에서 햇볕을 피하는 게 좋다"며 "만약 다른 곳을 이동할 경우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행복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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