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로봇 1200대에 직원 2명 뿐···전동화 추격 거점된 101년 공장
BMW 뮌헨 공장
AI로 미세먼지 한톨까지 잡아내고
제품 이상은 레이저·초음파로 확인
완전한 전기차 생산시설 전환 추진
아우디 뵐링거회페 공장
무인운반로봇이 일감 알아서 전달
VR 활용해 고성능車 시제품 생성
조립공정 작업도 직원·로봇 협업
BMW그룹은 인구 150만 명의 대도시인 뮌헨의 시민들이 사랑하는 기업이다. BMW의 첫 글자인 ‘B’도 독일어로 ‘바이에른 사람(Bayerische)’을 줄인 것이다. 본사와 뮌헨 공장은 독일 정부가 1972년 뮌헨 올림픽 개최를 기념해 시내 한가운데 조성한 올림픽공원 근처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뮌헨 공장을 겉으로만 봤을 때는 과연 이곳이 세계 최고의 고급차를 만드는 곳이 맞는지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장 안으로 들어서면 생각이 바뀐다. 제조 공정 대부분이 로봇·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공정으로 이뤄져 있어 내부가 쾌적했다. AI가 전동화 추격의 병기인 셈이다. 요한 디른베르거 BMW그룹 시니어 매니저는 “과거 100년에 걸친 내연기관 엔진 개발과 차량 생산의 역량을 바탕으로 전기차 등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핵심 기지”라고 공장을 소개했다.
뮌헨 공장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결함을 찾는 수단으로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람이 검사를 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AI 적용으로 품질과 생산성을 모두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BMW 뮌헨 공장 내 도장 라인에서는 AI 카메라와 센서가 직접 차에 붙은 먼지를 잡아내고 도장 품질을 판단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고 결론이 나면 로봇이 다시 페인트칠을 한다. 도장과 관련한 총 10개의 공정이 10분 만에 끝나는 등 디지털 전환이 생산 속도 개선에도 크게 기여했다. 조립 라인에서는 제품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레이저와 초음파가 활용됐다. 레이저가 배터리 팩 조립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고 초음파는 차체 조립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공장 곳곳에 디지털 공정을 확산한 덕에 끊임없이 생산 체계를 바꾸는 유연성도 확보할 수 있었다. 뮌헨 공장에서는 2021년 BMW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인 그란쿠페 ‘i4’의 1호 양산 차량을 출고했다. 여기에 3시리즈 세단 및 투어링, M3, 4시리즈 그란 쿠페 등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를 망라한 광범위한 제품군을 생산한다. 올해는 전체 생산 물량 가운데 전기차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BMW는 노이어클라세 등을 거쳐 뮌헨 공장을 완전한 전기차 생산 시설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디른베르거 매니저는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이 뮌헨 공장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뮌헨 공장은 선제적으로 도입한 혁신을 다른 공장으로 이식하는 ‘산파’ 역할도 하고 있다. 공장 내 모든 공간과 시스템을 포괄하는 디지털 데이터 전체가 3D로 세밀하게 스캔되고 있다. 이 덕분에 뮌헨 공장의 한발 앞선 스마트 공정이 전 세계 각지의 다른 공장에서도 쉽게 활용될 수 있다.
아우디 뵐링거회페 공장 또한 독일의 스마트 공정 혁신을 이끈 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공장 내 조립 라인에는 자동차 공장의 상징과 같은 U자형 컨베이어벨트가 없다. 차체를 싣고 있는 무인운반로봇(AGV)이 직원의 조립 속도에 맞춰 움직이며 컨베이어벨트의 역할을 대신했다.
아우디는 공장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상현실(VR)도 활용했다. 아우디는 고성능 전기차 ‘e트론 GT’를 뵐링거회페에서 생산하기에 앞서 가상으로 이 모델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생성했다. 아우디가 물리적인 프로토타입 없이 양산차를 제조한 것은 e트론 GT가 최초다. 공장 직원들은 VR 고글과 컨트롤러로 e트론 GT를 조립하는 가상 작업을 통해 조립 순서를 익혔고 이 공정은 실제 모델을 제조하는 데 성공적으로 적용됐다. VR 도입은 실물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완성차 업체의 생산 현장은 전기차 시대를 맞아 스마트 공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가 조화롭게 일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독일에서는 직원들이 기계와 함께 일하는 데 이미 잘 훈련돼 있었다. 특히 뵐링거회페 공장에서는 조립 공정의 중간 과정에서 직원이 로봇과 협업해 차체의 전·후면에 창문을 설치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자동차 공장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려면 우수한 인력 풀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한국도 시설 확충은 물론 인력 확보 등 스마트 공정 확산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뮌헨·네카르줄름=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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